'현명한 선택 캠페인 심포지엄' 활성화 방안 논의
"적정 진료 목록 개발 넘어 의료계 공감 얻어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지난 15일 공동 주최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심포지엄 2022'가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사진제공: 심포지엄 온라인 중계 화면 갈무리).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지난 15일 공동 주최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심포지엄 2022'가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사진제공: 심포지엄 온라인 중계 화면 갈무리).

의료 효율성을 높이고, 과잉 의료를 줄이기 위해 적정 진료 목록 개발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공동 주최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심포지엄 2022'에서 전문가들은 의료계 공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명한 선택은 의료전문인과 환자 소통을 통해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불필요·과잉 의료 행위로 인한 위해 감소를 목표로 적정 진료 목록을 작성·보급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 대한간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통증학회, 대한혈관외과학회 등 7개 전문의학회가 개발한 적정진료 권고안을 공개했다. 전문의학회 7개가 권고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대한응급의학회
- 세균에 의한 인후염, 혹은 바이러스 감염 이후 이차적인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한 단순 상기도 감염에서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한다.
- 유효한 의사결정기준에 미해당 단순 외상성 통증환자에 경추 CT검사를 지양한다.
- 환자의 임상 증상과 경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소변 검사의 처방은 최소화한다.
- 임상 경과를 확인하거나 진단‧치료적인 목적 제외 불필요한 도뇨관 삽입을 지양한다.
- 단순 복통 환자에서 임상적 검사를 위한 복부 엑스레이 처방을 최소화한다.

▲ 대한신경과학회
- 허혈뇌졸중 환자에서 예방적 항경련제의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 편두통 환자에게 마약성, 바비탈 약제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
- 다른 효과적 항경련제가 있는 경우 가임기 여성에게 발프로산을 사용하지 않는다.
- 증상이 없는 경동맥협착 환자에게 경동맥내막절제술이나 스텐트삽입술을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
- 약물과용두통의 위험을 고려해 편두통 급성기치료제를 월 10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의 병력이 없는 성인에게 예방목적의 일상적인 아스피린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 금단발작 환자에서 항경련제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다.
- 인지기능 및 부작용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없이 치매 환자에게 일상적으로 콜린에스테라제 역제제를 처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 대한간학회
- 말기 간암 환자에게 적적한 시기에 완화의료·호스피스 이용을 권유한다.
- 만성 C형간염 완치 이후 C형간염 재감염의 위험인자가 없거나 간수치 이상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반복적인 혈중 HCV RNA 검사는 권고되지 않는다.
- 간경병증 환자에서 복수천자, 내시경적 정맥류 결찰술 및 저위험의 침습적 시술에 앞서 응고장애의 교정을 위해 fresh frozen plasma, vitamin K, 혈소판제를 일상적으로 투여하지 않는다.

▲ 대한고혈압학회
- 여러 동반 질병이 있고 기대 여명이 제한된 노쇠 노인에서 적극적인 강압치료는 피한다.
- 혈압강하와 심혈관위험도 감소에 도움이 되는 생활요법을 권고해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다.
- 환자에게 가정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진료실 혈압수치 만으로 혈압조절 상태를 평가하지 않는다.
- 혈압이 잘 조절되던 환자에서 혈압이 오르는 경우 혈압이 상승하는 상황·조건이 있는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약 처방만을 변경하는 일은 피한다.
-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에서 라도 진료지침에서 권장한 기본검사를 매 1년마다 시행하지 않고 단지 약 처방 만을 반복하는 일은 피한다.

▲ 대한중환자의학회
- 임상적 근거가 없다면 인공호흡기 이탈을 지연시키기 않는다.
- 배양결과나 임상증상이 없는 경우 광범위 항생제를 장기간 지속하지 않는다.
- 자발 호흡과 각성에 대한 매일의 평가 없이 기계환기 치료를 지속하지 않는다.
- 패혈증 환자에서 원인병서 제거를 지연시키지 않는다.
- 혈관 및 요로 카테터와 같은 침습적 장치는 가능한 빨리 제거한다.

▲ 대한통증학회
- 방사통이 없는 축성의 요통, 흉추통, 경부통에 대해서는 근전도와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 회전근거 손상 평가시 초음파 검사전에 MRI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 비암성의 급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일차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 충분한 다른 보존적 치료 없이 유착박리술이나 신경성형술 등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일차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 이전 시술의 효과에 대한 평가 없이 반복적인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시행하지 않는다.

▲ 대한혈관외과학회
- 중증하지 허혈이 아닌 대부분의 혈관성 파행환자에 대해 일차적으로 침습적 처치(수술적 우회수술, 동맥조영검사, 내혈관 풍선확장술 또는 스텐트 등)를 사용하지 않는다. ABI 등 비침습적 검사와 약물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 증상이 없는 대부분의 작은 복부대동맥류(직경 5cm 미만)에 대해 내혈관처치를 포함한 침습적 치료를 하지 않는다.
- 경동맥협착 증상이 없는 중증도 미만(60% 미만)의 편측 경동맥협착환자에서 침습적 치료(경동맥 내막절제술, 경동맥스텐트)를 약물치료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 증상이 없거나 대복제정맥 또는 소복제정맥의 역류가 확인되지 않은 하지정맥류 환자에게 침습적 치료(대복제 정맥 도는 소복제정맥에 대한 발거술, 혈관 내 치료를 이용한 패쇄술)를 일차치료로 권하지 않는다.
- 항응고치료가 불가하거나 반복적인 폐동맥색전증의 위험이 없는 항응고치료 중인 다리의 속정맥혈증 환자에게 폐동맥색전증의 일차예방을 위해 대정맥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 혈관 접근 투석에 문제가 없는 혈관접근에 대해 정기 검사로 초음파나 혈관조영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곽정면 교수는 "현명한 선택 취지는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많은 학회에서 참여하는 것 같다"며 "적정 진료 목록을 개발해 의료계에 전파하고,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곽 교수는 "대장항문학회 적정 진료 목록을 개발할 때 지속적인 홍보가 부족했다. 개발을 다 하고 학회 회원 대상으로 설문 조사 등을 실시해 아쉬움을 느꼈다"며 "모든 진료가 근거에 기반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현명한 선택에 대해서 반감을 느끼는 회원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적정 진료 목록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공감인 것 같다"며 "자발적으로 적정 진료가 시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와 환자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박병규 적정진료실장은 "현명한 선택 권고안을 잘 만들어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병원 진료 과정에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권고안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고, 이미 시행 중인 것들이 많다"고 했다.

박 실장은 "병원 차원에서 불필요 사항을 줄이고, 의료 질 제고를 위해선 현명한 선택 권고안 발표에 그쳐선 안된다. 병원 차원에서 임상 현장에 적용하고, 그 효과가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YMCA 서영경 시민사회운동부장은 "의료는 일종의 정보 비대칭이 심한 영역이기 때문에 과잉 진료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환자의 경우 의료 쇼핑, 건강 염려 등을 이유로 과잉 진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고,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 잘못된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현명한 선택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대한의사협회 오승준 학술이사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대통령도 나서서 개편하겠다고 언급했다"며 "현명한 선택이 자리 잡지 못하면 한정적인 의료 자원이 낭비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에는 현재 6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이 내용을 숙지하고, 진료를 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각 학회별 홍보는 회원 활동이 저조해 한계가 있다. 의협과 연계해 캠페인 활동을 벌인다면 현명한 선택이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는 "현명한 선택 시행 원칙에는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국내 의료 시스템은 개별적으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하는 행위별수가제로 저수가 구조다. 박리다매 수익구조로 적정 진료 기준에 민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의료계에 적정 진료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수가 산정 기준으로 활용될까 하는 염려가 있다"며 "적정 진료가 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의학한림원은 현명한 선택의 일환으로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을 보건당국에 제시했다.

권고문은 ▲건강검진을 받기 전 검진 결과를 설명해 줄 주치의를 지정하도록 홍보 ▲증상이 없는 사람이 받는 것임을 홍보 ▲건강검진 결과를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주치의에게 권한을 부여 ▲민간 검진 항목뿐만 아니라 국가 검진 항목들 중 근거가 불확실한 항목 제외 ▲손상을 주는 건강검진 항목들을 홍보해 피해자 발생을 예방 ▲건강검진 결과를 진료의뢰서로 갈음하는 일 금지 ▲건강검진 기관이 검진 결과를 주치의에게 회송하도록 제도화 등 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의학한림원 이재호 정책개발위원은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 개발을 위해 7차례의 연구 미팅과 2차례 포럼을 개최했다"며 "건강검진은 과잉 진단 등을 유발시킬 수 있어서 근거에 바탕을 두고 주치의화 상의해 적정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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