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해 47년간 ‘상록야학’을 이끈 호림(虎林) 박학선 교장의 유족이 경희의료원에 발전기금으로 3억원을 기부했다. 박 교장은 지난달 25일 별세했다.

경희의료원은 박 교장의 유족으로부터 3억원을 전달받아 ‘매그놀리아 도너스 월(doner's wall)’ 현판식을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박 교장은 전쟁으로 고아가 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과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지난 1976년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상록야학을 세웠다.

동대문구 동사무소 직원과 지역 대학생 등 총 6명이 교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시작했던 상록야학은 지난 47년 동안 6,000여명의 졸업생과 1,300여명의 봉사 교사를 배출하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왔다.

유족에 따르면 박 교장은 생전 “세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제때 배우지 못한 이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비록 적은 수라 할지라도 이들을 위해 상록야학이 언제나 존재하길 바란다”며 “경희의료원 발전을 위한 기부를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부인 한윤자 여사는 3억원을 경희의료원에 기부하며 “'나눔'이 익으면 ‘낮춤’이 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메마른 세상에 잠시 쉬어갈 그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경희대 김성완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30대 청춘에 시작해 평생을 야학 교육에 헌신한 박 교장의 큰 뜻과 베풂의 정신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며 “박 교장의 유지를 받들고 경희의료원에 기부한 가족들의 뜻을 기억하며 더욱 발전하는 의료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