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윤리연구회 비대면 진료 강좌서 의료계 논쟁
"환자 편의도 의사가 제공해야 할 이익으로 고려"
"안전과 진료 질 보장 없이 수용하는 것은 위험"

의료윤리연구회 비대면 진료 강좌에서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언제 어디서나 환자가 원할 때 진료를 본다는 비대면 진료의 '장점'이 환자 안전과 의료 윤리 관점에서도 수용될 수 있을지 논쟁이 벌어졌다. 진료 현장이 환자의 편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 때문에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의료윤리연구회가 지난 4일 서울시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진행한 제1회 비대면 진료 강좌에서는 '원격의료의 현황과 방향성'을 주제로 전문가 간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강좌는 대한의사협회 정보의학전문위원회 부위원장인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이 강의를 맡고 정보의학전문위 소속 이사들이 참여했다.

위원회 간사인 의협 김충기 정책이사는 찬반 논쟁을 벗어나 환자 편익과 기술 발전 관점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왜 일어나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의료계가 전통적인 모습만 고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이런 기술에 대한 요구가 왜 생겼는지 이해해야 한다.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편의를 보장하자는 게 가장 직접적인 이유이자 유일한 이유일 것"이라면서 "의료 소외 지역처럼 편익이 발생하는 지점이 이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 어렵다. 찬반보다는 왜 이런 요구가 나오는지 우리(의료계)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모든 기술과 사회의 발전은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의료 영역에서도 이런 변화 요구는 당연히 나온다. 의료가 굉장히 특수한 영역이라는 전제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면서 "기술 발전에 따라 전통적인 의료 이용 패턴도 변화하고 의사 역할도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가 보는 의료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환자가 얻을 이익에 환자의 편의성이 포함될 수도 있다. 환자 입장에서 진료를 봐야 하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굳이 의료기관을 가느니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으로 보겠다고 했을 때 의사가 환자 스스로를 위해 그래서는 안 된다, 위험하다고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환자 편의를 내세워 비대면 진료 위험성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환자 안전과 진료 질을 양보하면 의료 윤리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한 회원은 "진료는 환자에게 유익해야 한다. 그러나 감염병 시기가 아닌 평상시에도 비대면 진료가 진료의 질을 담보하고 환자에게 이익이 될지 의문이 든다. 외국의 주치의 제도 등 비대면 진료로 진료 현장이 왜곡되지 않고 남용되지 않을 디테일한 게이트 키퍼(Gatekeeper)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이자 의료윤리 연구가로서 본질적으로 환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는데 편의 때문에 의사가 양보해야 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진료 형태가 바뀌더라도 그 기준은 환자의 안전과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 그 원칙이 의사의 자존심이고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이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도 "현재 비대면 진료가 플랫폼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의대생 스타트업(닥터나우)에서 시작한 것이 이유라고 본다"면서 "의대생은 사실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 가깝다. 진료를 하고 환자를 끝까지 책임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이사는 "의사가 아이디어가 없고 능력이 없어서 이런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한 게 아니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진료 행위를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에 안 한 것"이라면서 "진료의 책임성이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자들이 수십 년간 노력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편의성이 안정성을 집어삼키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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