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소, ‘공단특사경법’ 대안 보고서 발표
“비의료인 포함 의료법인제도, 사무장병원 법률로 인정”
의료법인 설립 자격 제한, 의사회 사전감시제 등 제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중 하나로 의료법인 개설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중 하나로 의료법인 개설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이른바 ‘사무장병원’ 설립을 막기 위해 의료법인 설립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는 비의료인도 의료법인을 설립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으로 제안한 대안 중 하나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사무장병원 설립을 막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법안의 문제점과 대안’ 정책현안분석 보고서(임지연·김진숙 연구원)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단 특사경 도입을 허용한 법안(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3건 발의돼 있다.

연구진은 “공단이 수사권(특사경)을 가지려는 것은 자체 시스템으로 부당청구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이 불법개설기관일 것이라는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무장병원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특히 사무장병원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의료법인의 경우 사무장병원인지 파악이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대법원조차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 사무장병원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다보니 사무장병원 판단에 있어 하급심 판결이 나뉜다”며 “최근에는 합법적으로 출연된 재산을 근거로 설립된 의료법인이 단지 경영진 미비와 법률 위반을 이유로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연구진은 “적법하게 개설·운영되는 의료기관조차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받는 문제를 야기하고 담당기관이 조사 실적 달성을 위해 무분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우려가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단 특사경법에 반대했다.

연구진은 “개정안은 사후 처벌 강화 방식의 입법 추진에도 불구하고 사무장병원이 근절되지 않은 점을 법안 발의 이유로 삼고 있다”며 “개정안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것인지 의료기관에 대한 공단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인지 불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안으로 의료법인 설립·운영 관리·감독 강화, 지역의사회 통한 의료기관 개설 사전감시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의료법인 개설·운영에 대한 법 규정이 미비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의료법인 설립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고 설립 기준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의료법인제도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부족하던 1973년 지역 병원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의료법인제도는 그 운영에 있어 점차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으며 제도 설립 취지 목표와 다른 차별적 제도의 모순으로 많은 의료법인 병원들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의료인도 설립할 수 있는 의료법인제도는 사실상 사무장병원 형태를 법률로 인정하는 것으로 의료법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만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법인 설립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면 설립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구청장 전결만으로 의료법인 설립을 허가하는 등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의료법인 설립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법인 허가 업무자의 자격 검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지속적인 관리·감독 기능을 정부에서 지자체에 위임하거나 정부에서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역의사회에 위임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기관 개설 신고 시 시도의사회를 경유하도록 해 사무장병원 개설을 차단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해 사전감시제도를 도입하자고도 했다.

연구진은 “의료인단체 지부를 통한 사전감시제도로 의료기관 개설 시 의료법 제28조에 따른 의료인단체 지부를 경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경유는 형식적, 절차적 의미의 경유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검증 기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 외 의료법인 이사회 의사 포함 의무화,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지역의사회 대표 포함, 사무장병원 자진신고 시 처벌 감경·면제 등을 제안했다.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공단 특사경 도입)법안은 일부 사무장병원의 일탈을 빌미로 전체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내부정보 취득이 용이한 의료인 단체와 협력 하에 사무장병원 개설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엄청난 권한을 가진 공룡공단의 의료기관에 대한 권력 강화에만 몰두하는 부적절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소장은 이어 공단 특사경 도입 대신 “의료인 단체와 지자체 간 ‘민・관 공조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는 것이 사무장병원 척결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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