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박진규 회원권익위원장 1주년 간담회
"민원 사례와 해결 과정 DB화하고 정책 반영"

365일 24시간 의사들의 목소리를 듣는 곳이 있다. 지난해 출범해 1주년을 맞은 대한의사협회 회원권익위원회다.

회원권익위는 '회원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이필수 회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 7월 발족했다. 회원콜센터를 회원권익센터로 개편하고 접수된 민원을 회원권익위에 소속된 의협 상임이사 13명이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안에 따라 의협 내 위원회, 시도지부와 협업하고 관계부처와도 적극 소통한다.

발족 이래 지난 1년간 다빈도 민원(단순 민원) 총 1만8,879건과 심층민원 총 367건을 접수받아 처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현지실사나 실손보험 대응부터 시작해 의료사고와 의료분쟁, 조세 대책까지 주무 이사와 실무진이 힘을 합쳐 해결해왔다.

물론 법적,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의협 회무와 정관이 미비해 회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적시에 주지 못하기도 했다. 민원 98%가 전화 접수고 단순 민원 비중이 압도적이라 행정력이 소모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회원권익위 박진규 위원장은 접수된 민원의 종류와 해결 가능성을 떠나 그 자체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하는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진행한 의협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그간 운영 성과와 앞으로 방향을 설명하며 회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열린 플랫폼'으로서 회원권익위 역할을 키워가겠다고 했다.

"회원들이 보낸 민원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의협이 어떤 정책을 새로 추진해야 하는지, 정부에 어떤 정책을 요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회원권익위에 접수된 민원을 충실히 해결하고 그 성과를 회원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책으로 연결하겠다."

행정력 확보를 위해 대표번호를 통합하고 단순 민원은 카카오톡이나 의협 홈페이지 Q&A 코너를 활용하도록 하는 등 개편도 모색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회원권익위 오동호 간사와 이현미 간사가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달 28일 대한의사협회 회원권익위원회가 1주년을 맞아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사진 왼쪽부터) 회원권익위 오동호 간사, 박진규 위원장, 이현미 간사.
지난달 28일 대한의사협회 회원권익위원회가 1주년을 맞아 의협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사진 왼쪽부터) 회원권익위 오동호 간사, 박진규 위원장, 이현미 간사.

- 회원권익위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소감과 앞으로 계획은.

박진규: 회원권익위는 회원 권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공약에 따라 발족했다. 앞으로 더 체계적이고 즉각적으로 회원 민원을 응대하고 즉시 피드백하겠다. 회원권익위를 운영하면서 심층 민원도 많이 늘었지만 다양한 성격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때로는 해결이 난감한 민원도 있다. 그래도 회원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민원도 있다. 지난 3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창궐 당시 사망한 회원 보상 관련 민원이었는데 보건복지부에 문의하니 보상안 자체가 없었다. 보상 마련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계도 느낀다. 민원 처리를 넘어서 이런 민원을 반영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전에도 회원 민원을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이와 비교해서 의협 회원권익위 설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박진규: 모든 의사회가 임원 개인기와 경험치에 의존하는 측면이 컸다. 의사회 활동을 오래 하고 보험이나 관련 정책 프로세스를 잘 아는 임원이 있으면 해결이 빨리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뎌지기 쉬웠다. 또 임원들이 자기 일을 하면서 회무를 보니 아주 시급한 민원도 수술이나 진료 때문에 즉각 연락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회원권익위는 이런 상황에서 마치 기업 A/S센터처럼 민원 내용에 따라 담당부서를 자동으로 배정해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상하던 중 나온 체제다. 회원권익위에 민원이 접수되면 각 부서 이사와 실무진이 처리 방향을 설정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민원과 관련된 부서 실무진이 동시에 투입되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회원권익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 민원과 해결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면 정말 A/S센터처럼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사람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현장에서 우려가 크다. 비대면진료 관련 민원도 들어오나.

이현미: 비대면진료 부분에서는 신고성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주위에 관련 사례를 봤는데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부분이고 일단 불법 여부를 선별하는 건 우리 일이다. 다만 비대면진료는 의협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에 대응하기보다는 더 큰 틀에서 다룰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담당하는 위원회가 따로 있기 때문에 회원권익위에 접수된 사례를 전달하기도 한다.

박진규: 비대면진료가 아니어도 본인이 목격한 사례가 타당하냐고 민원을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 홍보 사례가 접수되면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보낸다. 회원권익위가 가장 개방된 플랫폼이다보니 이쪽으로 회원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접수된다.

-민원 처리 결과가 불만스런 회원도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나.

이현미: 물론 회원권익위가 민원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명백하게 회원의 잘못이라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경우, 법 자체를 개정해야 하는 경우는 회원권익위에서 해결할 수 없다. 그런 민원은 회원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설명하지만 여러 번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하고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박진규: 의료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 거짓 청구나 실사 비용을 낮출 방법을 알려달라고도 한다. 그러나 불법적인 요소까지 받아줄 수는 없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단순 민원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회원권익위 담당과 콜센터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진규: 단순 민원은 들어온 즉시 대답 가능한 민원이다. 단순 민원이 많다고 꼭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또 민원은 줄이고 싶다고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혼자 진료하고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신고나 행정 업무가 다급하면 우리 쪽에 전화가 몰리기도 한다. 이런 부분을 더 체계적으로 응대하고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이현미: 해결한 민원 건수가 우리 실적을 대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단순 민원과 심층민원으로 구분해도 우리에게 전화하는 회원은 이를 단순이냐 심층이냐 구분하지 않는다. 회원 본인 입장에서는 모두 다급한 사안이다. 이를 받아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해결하는 작업이 우리의 역할이다. 회원에게 사안에 맞춰서 하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동호: 심층민원은 여기저기 사각지대에 걸린 문제가 많다. 중앙위원회에서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상임위원회와 연계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진규: 회원의 권익은 국가로 보면 국익이고 국민의 권리와 마찬가지다. 회원 권익 향상을 통해 의료인이 자부심을 가지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회원권익위의 목표다. 민원을 보다 보면 협회의 부족한 점도 눈에 들어온다. 민원을 통해 회무와 정관, 정책 가운데 무엇을 수정하고 무엇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앞으로 회원 권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계속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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