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미충족 의료 상태일 때 주치의 수요 높아
"주치의제 중증 장애인으로 한정할 필요 있는지 고민해야"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장애 정도보다 만성질환 등이 주치의 수요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중앙대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Service Demand for and Awareness of a Primary Healthcare Pilot Projec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을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경기도에 거주하는 장애인 1,026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와 사회참여, 건강관리 접근성,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과 만족도,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Demographic and health related variables according to “Demand,” “Awareness,” and “Demand but poor awareness” about the primary healthcare pilot projec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자료 출처: Service Demand for and Awareness of a Primary Healthcare Pilot Projec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JKMS)
Demographic and health related variables according to “Demand,” “Awareness,” and “Demand but poor awareness” about the primary healthcare pilot projec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자료 출처: Service Demand for and Awareness of a Primary Healthcare Pilot Projec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JKMS)

그 결과, 1,026명 중 826명에 해당하는 80.5%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정작 시범사업에 대해 아는 응답자는 12.1%인 124명에 불과했다.

시범사업에 대한 수요와 인식 간 격차를 조사한 결과, ‘시범사업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시범사업을 잘 모른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729명으로 70.9%를 차지했다.

특히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 ▲지역사회 보건의료 서비스 경험자 ▲만성질환자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 ▲중증 장애인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장애인 ▲미충족 의료 경험자 등이 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한 요구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 693명 중 84.1%에 달하는 583명이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중증 장애인의 85.1%(379명), 경증 장애인의 76.0%(433명)가 주치의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기관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미충족 의료' 상태인 경우 91.6%(206명)가 주치의 시범사업을 원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77.4%(620명)였다.

연구팀은 "만성질환 이환 여부와 미충족 의료는 주치의 서비스 수요에 주요한 영향 요인인 반면 장애 정도는 유의미한 요인이 아니었다"며 "현 장애인 주치의제도 서비스 대상을 중증 장애인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는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시범사업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지만, 전문 장애관리를 할 수 있는 일차의료기관 의사가 없어 주로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있다"며 "정부는 정책의 목표가 서비스의 수요와 필요성에 적합한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자 중 시범사업에 수요가 있지만 장애의 중증도가 낮아 이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홍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장애의 심각성과 유형에 따른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일차의료기관의 의사들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등 지역사회 보건의료기관과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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