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의생명 연구·의료 발전에 중요”
이종태 교수, 체계적·지속적 지원프로그램 운영 강조

지난 2020년 화이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 우구르 사힌(Uğur Şahin) 최고경영자(CEO),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에 공헌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하비 올터(Harvey J. Alter) 교수의 공통점은? 바로 ‘의사과학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출현과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바이오 헬스산업과 의생명과학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국가 미래 산업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tist)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해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배출한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인제의대 이종태 교수(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도 우리나라 의사 양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의사과학자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신진 의사과학자의 정착과 독립적인 연구수행 지원방안을 마련해 젊은 의사과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이들이 책임연구자 위치까지 오를 수 있도록 경력 계발을 지원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한국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과대학의 MD-PhD 학위제도 부활, 연구 레지던트 프로그램(research residency program) 도입, 체계적·지속적인 신진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 운영 확립 등을 제안했다. 또한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과 같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총괄하는 독립적 기구의 창설도 필요하다고 했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등 유관기관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기관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제의대 이종태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 양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의사과학자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하며 신진 의사과학자의 정착과 독립적인 연구수행 지원방안을 마련해 젊은 의사과학자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제의대 이종태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 양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의사과학자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하며 신진 의사과학자의 정착과 독립적인 연구수행 지원방안을 마련해 젊은 의사과학자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사과학자 양성이 화두다.

의사과학자는 의과학 연구를 주 업무로 하면서 동시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다. ‘연구를 통해 환자의 질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사과학자는 ‘중개의학연구자’로서 기초과학 연구와 임상진료를 연계하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질병 치료방법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특히 국가 미래 산업인 바이오·의생명과학 분야 연구 기반인 ‘기초-임상 중개연구’ 수행의 핵심 연구자가 바로 의사과학자다.

- 국내 의사과학자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는 의사과학자의 ‘경력 경로(career path)’가 없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확립된 경력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의과대학에서 MD-PhD 학위제도 부활, 연구 레지던트 프로그램 도입, 그리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신진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MD-PhD 학위제도를 2006년부터 도입해 이제 80개 의대 중 39개 의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임상연구의(연구 레지던트)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 의사과학자 양성 제도를 도입하고, 경력 경로를 우선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신진 의사과학자 지원 프로그램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기초의학이 붕괴 위기에 놓여있다. 의사과학자를 위해서는 기초의학·연구 훈련이 중요하지만, 의사과학자 양성과 의학연구의 기반이 되는 기초의학 의사연구자는 부족하다. 기초의학 의사연구자 양성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이대로 기초의학 의사연구자가 감소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의사과학자 양성과 기초-임상 중개연구 수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40개 의과대학에 재직 중인 기초의학 전임교원은 총 1,582명이다. 이 중 의사는 988명이며, 병리학(349명)과 예방의학(170명) 전문의를 제외하면 469명으로 이는 1개 대학 평균 11.8명에 불과하다.

- 의대생 혹은 젊은 의사들이 의사과학자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 의사 연구자에게 ‘연구 생태계’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미래 진로에 대한 불안감, 급여 등 동료 의사와의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의사과학자가 되기를 주저하거나 중간에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과학자에 대한 장기적인 국가 연구정책 수립, 안정적인 국가연구비 지원, 정년보장, 소속 기관의 관심과 지원, 군복무 정책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의사과학자를 선택하는 시기를 보면 기초의학 전공자는 의과대학 재학시절, 임상의학 전공자는 졸업 이후 또는 전문의 취득 이후다. 의대생 시절부터 체계적인 기초의학 교육과 실습을 강화하고, 연구에 관심을 갖는 학생에게는 ‘멘토교수’를 지정하는 등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전공의 수련과정 중에도 의사과학자를 진로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레지던트들에게도 연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연구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의사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의사과학자가 될 수 있는 정확한 경로가 어디인지 정보도 부족하다. 의사과학자 양성과 함께 이들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 의사과학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들이 독립적인 연구자(책임연구자) 위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경력 계발을 지원해야 한다. 즉,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연구원을 위한 지원제도(K99/R00, Pathway to Independence Award)’와 같은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지원제도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인력양성(K99)과 연구지원(R00) 같은 경력 계발을 위한 지원제도는 미흡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경력 경로별 맞춤 지원 전략(2022~2026년)에 따라 신진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우수 의사과학자 성장형 연구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이들 사업은 5년 단위의 일몰사업이라 지속성이 떨어진다.

신진 의사과학자가 의사과학자 경력 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직시하고, 의사과학자들에게 지원 사업이 자신의 경력 계발을 위한 당연한 제도로 인식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의 지속성·안정성·보장성이 확보돼야 한다. NIH와 같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총괄하는 독립적 기구도 필요하다.

-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과대학에서의 학생연구역량 강화 프로그램 구축은 의사과학자 양성 경로의 출발점이며 핵심이다. 의과대학들은 많은 학생이 연구활동에 관심을 갖고 의사과학자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학교육 초기부터 연구와 관련된 교육을 하고, 연구경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 몰입형 통합 교육과정’의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 멘토교수-학생 간의 관계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성공의 핵심요소다. 연구 멘토교수는 어떤 학문 분야에서 학문적 역량이 있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구자이자 교육자여야 한다. 연구 멘토교수는 학생의 연구 관련 역량 발달을 모니터링 해 학생이 적절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줘야 한다. 학생 개인별로 전 학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연구 관련 멘토링을 담당하는 연구 멘토교수를 학생과 일대일로 배정하고, 학생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연구 경험이 다양화 될 때마다 경험 단위별로 연구 프로젝트 멘토교수를 매칭해 지도해야 한다.

-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KAMC 등 의학계와 정부의 협력도 필요해 보이는데.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이 기본의학교육-졸업 후 교육-전문가 평생교육의 흐름으로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기관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체제도 확립돼야 한다.

전국 의학교육 기관의 협의체로 대표성을 갖고 있으며 의사양성 과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KAMC와 의학교육 관련 면허를 담당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의학교육 기관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대학의학회, 의사 회원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등 각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복지부와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와 의학계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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