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케어 김수철 대표 “의료기관 회계, 경영 필수”
"법인 설립한다고 세금 줄지 않아…개원=경영"

‘내과 박원장’은 찬란한 인생을 살겠다며 의사가 됐고, 장밋빛 인생을 꿈꾸며 개원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개원은 ‘생존경쟁’의 시작이었다. 개원 강호의 선후배들로부터 성공을 위한 조언을 얻지만 적자는 쌓여만 갔다.

'내과 박원장'은 박 원장의 애환을 코미디로 담아낸 웹툰이지만, 현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개원가는 생존경쟁 중이다. 매년 1,000여곳 넘는 의원들이 새롭게 문을 열지만 문을 닫는 곳들도 상당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856곳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1,059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의 이유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영악화’다. 택스케어 김수철 대표는 “개원을 한 이상 개인사업자다. 의원을 경영하는 ‘사장’이라는 의식을 갖고 재무관리를 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회계는 경영에 있어서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헬스케어 전략 컨설팅 분야에서 활약하던 중 세무사 자격증을 따면서 지난 2014년 세무법인 택스케어를 설립했다. 김 대표를 만나 의원급 의료기관이 변화하는 세무신고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택스케어 김수철 대표는 개원을 한 의사는 의원을 경영하는 ‘사장’이라는 의식을 갖고 재무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스케어 김수철 대표는 개원을 한 의사는 의원을 경영하는 ‘사장’이라는 의식을 갖고 재무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들 관심사 ‘절세’…최고의 방법은 ‘자금관리’

개업한 의사들의 최고 관심사는 ‘절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번만큼 세금을 내고 세법을 잘못 적용해 억울하게 내는 세금은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무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기고 있지만, 절세만큼 병원 매출에도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개원의는 드물다.

고가 외제차인 ‘벤틀리’를 사면 무조건 세무조사가 나온다는 말도 이처럼 허술한 자금관리가 불러온 오해다.

예를 들어 3억5,000만원 정도 하는 벤틀리를 12개월 할부로 구매했다. 한 달에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병원 이익이 2,000만원이라면 1,000만원의 매출 누락이 발생하게 되는 것. 이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나올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자금출처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자금관리가 중요하다.

김 대표는 “월 수입과 고정비, 변동비를 고려해 채용인원을 조정해야 하지만 대부분 의사들이 이런 집계에 대한 관심이 없다”며 “세금을 내야하는 5월이나 6월이 돼서야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는지 따져서 세금이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매일, 매주, 매달 내가 얼마 벌었는지, 비용으로 얼마를 썼는지 등 관심을 갖고 올해 세금은 어느 정도 겠구나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병원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의료기관 대상 기획 세무조사 트렌드는?

일반 정기세무조사는 통상적으로 5년 주기로 이뤄지며, 사전에 조사 일정이 통보된다. 또 병원 직원이나 환자로부터 매출 누락에 대한 제보가 입수될 때 특별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탈세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 세무조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백내장 수술비 관련 보험사기와 탈세가 기획 세무조사로 주목 받았고,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조달한 의료기관들도 기획 세무조사의 타깃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법인을 설립한 의사들이 많다. 진짜 의료기기 사업을 하고 싶거나, 병원 프랜차이즈 사업, 병원 마케팅 사업을 하고 싶으면 ‘페이퍼’로 만들어 놓을 게 아니라 ‘진짜 회사’를 만들어 여러 곳과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장은 세금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며 “법인을 만들어 놓고 자기 병원하고만 거래를 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나.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차명계좌를 사용한 매출 누락 건도 최근 5년간 국세청에서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하게 조사를 진행하면서 많이 사라졌다. 특히 차명계좌의 경우 고의성이 명백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낙인 찍힐 수 있다.

김 대표는 “차명계좌는 대 놓고 매출 누락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라며 “진짜 나쁜 거다. 보통 직원 이름이나 가족 이름으로 이체하는데 고의성이 명백하기 때문에 국세청에서는 차명계좌는 절대로 봐주지 않는다. 이렇게 차명계좌가 한 번 걸린 사람은 평생 특별 관리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장밋빛 인생도 없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개원 전 경영공부를 하라고 당부했다. 장밋빛 인생만 그리며 무턱대로 뛰어들었다가는 망하기 쉬운 강호의 세계가 개원가라는 것이다.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회계와 세무에 대한 기초 공부를 하고 개원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개원이란 경영이다. 회계는 필수다. 잘 될 거라는 기대만으로 개원하지만 그 중 70~80%는 아무 준비 없이 개원해 고생하다 폐업하기 일쑤”라며 “지금 환경이 너무 어렵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라 고정비가 비싸다. 고정비를 커버할 수 있는 환자 수도 모른채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경영을 잘 하는 선배 병원에 2~3년 근무하며 경험을 얻는 것도 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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