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출현장 현실 반영 안 돼…계도기간도 없었다”
식약처 “수여 방식 수출은 허용…10년간 있었던 규정”

대행업체를 통한 보툴리눔톡신제제 수출, 이른바 ‘간접수출’을 놓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업계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메디톡스, 휴젤 등의 국가출하 미승인 적발로 촉발된 간접수출 논란이 케미칼 의약품(합성의약품)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휴젤과 식약처는 오는 12일 휴젤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보툴렉스주’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보툴렉스주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톡신제제를 국내에서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약사법상 생물학적 제제는 수출 시 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나 국내 판매 시에는 반드시 제조단위별 출하승인을 받아야한다.

다만, 실제로는 휴젤이 수출 절차를 대행해주는 대행업체에 의약품을 건넨 것이어서 이 같은 ‘간접수출’을 수출로 봐야 할지 국내 판매로 봐야 할지 식약처와 업계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달 제약바이오협회는 업계 간접수출 관행을 참작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식약처에 제출하기도 했다.

우선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간접수출 규제에 대해 의약품 수출이 식약처 소관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1999년 약사법 개정에 따라 수출에 대한 규정이 대외무역법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또 대행업체를 통한 간접수출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생물학적제제 제조사가 수시로 의약품 라벨을 교체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식약처가 수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수출용 의약품은 이미 라벨부터가 다르다. 현행법상 라벨은 제조사만 바꿀 수 있는데 식약처 판단대로 간접수출이 불법이라면 일단 기본적으로 도매상에 국문 라벨 의약품을 보낸 다음, 수출할 물량에 대해서 제조사가 다시 들여와 라벨을 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보툴리눔톡신제제 간접수출 규제와 관련해 휴온스, 파마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한국BNC), 한국비엠아이(한국BMI) 등 타 제조사들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별도의 계도 기간도 주지 않은 채 불시 적발에 나섰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식약처가 미리 간접수출 규제를 알렸다면 제조사들도 이를 따랐을 거라는 지적이다.

식약처도 업계 반발에 대해 할 말은 있다. 간접수출은 국내 판매로 분류되기 때문에 약사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 게 맞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대행업체에 의약품만 전달하는 ‘수여’ 방식의 간접수출은 수출로 인정되지만 물품과 함께 수출 대금까지 함께 전달하는 경우 국내 판매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행업체에 물품과 대금을 함께 납부하는 간접 수출을 수출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보건위생상 관리가 중요한 생물학적제제 특성 때문이다. 의약품 취급 자격이 없는 대행업체가 의약품을 보관할 경우 콜드체인과 같은 의약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식약처 측 설명이다.

또 간접수출 규제와 관련해 계도 기간이 부족했다는 업계의 지적에 식약처는 약사법 시행령 제정으로 대행업체를 상대로 한 ‘수여’가 허용된 2011년부터 이미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제공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규정이 있었는데 계도 기간을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간접수출 논란과 관련해 “보툴리눔톡신제제 기업들끼리 서로 싸우면서 식약처에 심판을 봐달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식약처를 탓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일각에선 보툴리눔톡신제제로 촉발된 간접수출 논란이 합성의약품으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식약처는 합성의약품에 대해서도 간접 수출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4일 보툴리눔톡신에 대한 간접수출 규제가 바이오의약품이나 케미칼의약품으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는지 묻는 전문지 기자단 질의에 식약처는 “약사법 시행령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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