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공공병상·의대정원 확대 등 핵심 쟁점 외면”
의료연대 “민간병원에 수가 지급하는 만큼 공적 역할 강제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신종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를 골자로 하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지만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정 과제에서 공공의료 확충이 실종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의료산업화와 민간중심의 의료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병상·의료인력 확충 등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4일 성명서를 내고 감염병 대응 인프라와 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와 의대정원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정과제로 제시된 110개 과제 중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에 대한 세부과제는 절대적으로 미흡하다”며 “인수위가 제시한 내용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염병 전문병원 추진 정책과 별다른 게 없으며, 감염병 대응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하지만 세부내용이나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인수위는 공공의료 확대의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수가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서비스 확충 방안이 공공정책수가라면 이는 결국 라벨은 공공이라 붙여놓고 민간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전형적인 수가 가산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양질의 보건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사인력의 양성과 배치, 간호인력의 확보방안 같은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의대정원을 확대해 의사를 확보하고, 간호인력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과제임에도 주요 쟁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민건강이 아닌 바이오헬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 의료산업화 정책에 치우쳐 있다고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인수위는 바이오헬스 수출 확대, 일자리 확충 등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환상을 앞세워 바이오헬스 규제 샌드박스로 의료산업자본의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국민건강을 위해 건강관리사업·주치의 제도 도입이 아닌 ICT 기술 기반의 건강서비스와 원격의료마저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인수위에 국정과제에 ‘9.2 노정합의’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의료재난을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 보건의료인력 처우개선은 매우 요원하다”며 “9.2 노정합의를 국정과제에 포함하지 않은 채 산업화 논리로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과제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전면 재조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는 8만 보건의료노조의 강력한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엄포했다.

인수위 국정과제, 공공의료 확충 아닌 민간지원책으로만 채워져

민추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수위의 국정과제가 공공의료 확충이 아닌 민간지원책으로만 채워져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비상상황 발생 시 민간의료기관에 수가를 제공하는 공공정책수가 방안을 내놓았으며, 이번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며 “하지만 이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가 병상동원령을 내렸을 때 민간병원들이 협조하지 않아 지난 2년간 공공병원에서 6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병상 확보를 위해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치료기관에 손실지원금을 매월 지급해오고 있지만 충분한 병상을 마련하지 못해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의료연대본부의 주장이다.

의료연대본부는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의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수가를 지급하는 만큼 공적 역할을 강제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인수위에 공공병상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공공의료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국민들이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병상을 확충하고, 간호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인력인권법(가칭)’을 제정하라”며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상병수당 제도화, 어린이 무상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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