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국내 1호 타액 코로나19자검사키트 허가
홍기호 교수 “타액 검체, 신속항원검사용으로 부적합”
"식약처, 사후검증체계 없이 제조사 제출 서류로 허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타액검체를 이용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허가했지만 전문가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타액 검체가 신속항원검사에 부적합해 민감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2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이같이 지적했다. 홍 교수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대응TF 간사다.

식약처는 29일 피씨엘이 개발한 자가검사키트인 'PCL SELF TEST - COVID19 Ag'를 허가했다. 이 제품은 타액(침)을 검체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용액통에 직접 침을 뱉어 추출액과 섞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검출한다.

홍 교수는 “코로나19는 비인두도말 부위에서 감염이 시작되고 바이러스가 증식되기 시작되기에 비인두도말 검체가 최상의 검체”라며 “일정 시점이 지나면 비강이나 타액에서도 바이러스 검출률이 높아져 아주 초기가 아니라면 유용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액검체는 액체이면서 부피가 커서 신속항원검사 플랫폼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2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기호 교수는 2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홍 교수는 “타액은 그 양이 많을수록 민감도가 높아지는 검체다. 오히려 바이러스를 추출하는 PCR 검사에 적합한 검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많은 국가에서 신속항원진단키트,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지만 타액 검체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비강도말이나 그보다 더 깊게 들어가는 검체를 쓴다. 비강과 비인두도말을 같이 해서 민감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타액 검체를 쓴 신속항원검사 결과 데이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구조적으로 적합한 검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간이검사키트로는 농축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활용도가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속항원진단키트와 자가검사키트 등 체외진단키트에 대한 사후 검증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허가를 받고 출시된 체외진단키트를 수거한 뒤 그 성능을 평가하는 사후 검증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식약처는 이같은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조사가 제출한 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허가하고 있다. 미국 FDA는 자체적으로 성능 실험을 하는 부서가 있다. 그곳에서 제품을 수거해서 평가하고 사후 퇴출하기도 한다”며 “우리나라 식약처에는 그런 부서도, 기능도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체외진단에 대해 사후검증이 안된다. 학회 차원에서 해보기도 했지만 그 이후 너무 많은 제품이 나왔다”며 “우리나라도 사후검증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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