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인력 충원 결정은 행안부·인사처…예산 할당돼야"
"타 국가 비해 NDA 수수료 지나치게 낮아…개선 필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질적인 심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예산 확대, 허가심사 수수료 증액, 규제과학 산업 육성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식약처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식약처 전문지기자단 확인 결과, 지난 3월 기준 식약처의 의료제품 심사인력은 총 305명이다. 지난해 228명에 비해 증가한 수치지만, 약 8,000명대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약 4,000명대의 유럽 의약품청(EMA)에 비하면 인원수에서 최대 26배 차이를 보인다. 일본 의약품 및 의료기기 관리청(PMDA)은 약 560명,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도 약 1,150명의 심사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제품화 지원 인력 등을 충원하기 위해 전문임기제 공무원 13명의 경력경쟁채용을 진행 중이다.

최근 식약처의 심사인력 증원을 촉구하는 곳은 다름 아닌 산업계다. 식약처가 허가·심사 서비스 공급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문 심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초에 개최된 2022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신년 간담회, 지난 1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제1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도 이 같은 식약처의 심사인력 부족이 당면 과제로 언급됐다.

이처럼 쏟아지는 지적에 식약처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식약처 관계자는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고, 인력은 행정안전부가 결정한다. 식약처로 공무원이 잘 배정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충원되더라도 앞으로의 계획을 위한 게 아닌,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추진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작년 초 신종감염병백신검정과가 신설된 것도 당장 코로나19 백신 (품질) 검정을 해야 하는데 기존 인원(백신검정과)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해당 과 인원은 임시직”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 중 일부만 식약처 전문 심사인력 확충에 쓰여도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가령, 심사 인력 확충을 통해 국산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허가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도 따라오리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사 출신 정규직 심사인력 채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FDA와 비교할 때 (심사인력 채용 부족이) 사회문화적 차이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며 “미국의 경우 전문 인력이 FDA와 제약사를 오고가며 커리어를 쌓고 몸값도 높아지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심사직에 관심 있는 전문의들이 있지만 봉급이 높은 것도 아닌데다 2~3년 근무한 뒤 병원이나 기업으로 다시 돌아가려 할 때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우려 한다”고 짚었다.

지난 15일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 토론 패널로 참석한 식약처 정현철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허가심사 수수료 증액과 규제과학 산업 육성을 심사인력 충원의 선결과제로 꼽았다.

정 과장은 “한국 식약처의 경우, 신약허가신청(NDA) 수수료가 803만원이다. 미국 FDA는 약 35억원 , 유럽 EMA가 약 4억원, 일본 PMDA가 약 5억원, 헬스캐나다가 약 3억원 정도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거의 몇 백 분의 일 정도로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자 회사에서 ‘식약처 규제 수준이 상당하니까 팔백 몇만원 그까짓 것 내고 사전검토 받고 다른 데로 가야겠다’는 말을 하는 것까지 듣고 있다. 결국은 동반자적인 심사, 선제적인 심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수료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높여 불필요한 심사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정 과장은 또 “규제과학 진흥을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식약처가 추진하고 있는 5개 대학 규제과학 석박사 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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