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기관에 전공의 정원 고려
의료인력정책과 소관 사업 아닌데 관여하며 의견 수렴도 없어
대전협 여한솔 회장 "이럴 거면 수평위 존재 왜 있나" 강력 비판

보건복지부가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 사업에 ‘전공의 정원 배정’을 거론하고 나서자 전공의 사회가 들끓고 있다. 정부가 사업 성공을 위해 전공의 정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지부 간호정책과는 지난달 28일 종료된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타당성 검증 참여 기관 공모를 11일까지 연장했다. 참여를 고민하는 의료기관들이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기간 연장과 함께 참여 의료기관에 전공의 정원 배정시 고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참여 의료기관이 없어 전공의 정원 배정을 '인센티브'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 소관 부서가 아닌 의료인력정책과까지 관여하면서 의료계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은 지난 10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복지부가 사업 성패 때문에 전공의 정원 배정을 이용해 독선적인 행보를 계속하면 전공의들도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여 회장은 “전공의들은 시범사업 자체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참여기관을 독려하겠다면서 인센티브로 전공의 정원 배정을 제시했다”며 “‘증원’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고려’하겠다고 한다.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을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력정책과는 시범사업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일정을 연장하면서 갑자기 전공의 정원 배정 이야기가 추가됐다”며 “전공의 정원 배정은 의료계 많은 단체가 관여하는 사항이다. 대전협은 물론이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도 관계된 일이다. 수평위에 안건을 올리고 의견을 드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인력정책과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 회장은 “의료인력정책과에서는 ‘수평위는 심의기구지 결정기구가 아니다’ ‘우리(복지부)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정원 배정은 복지부 장관 지시로 하는 사안이니 우리와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식이었다"며 "대전협을 논의 상대로 보지 않는 태도가 적나라하게 묻어났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데 있다고 했다. 대전협이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의견 수렴을 요청해도 복지부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여 회장은 "복지부는 지난 1월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력 수급 때문에 내과·응급의학과 전공의 추가 모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수평위에서 강하게 항의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여 회장은 "지난 2019년 입원전담전문의제 시범사업 당시에도 전공의 정원이 인센티브로 제시됐다. 그때는 의료계 의견을 구하고 대전협 동의 하에 이뤄졌다"며 "의견 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칠 수 있는데 왜 안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일한다면 그 산하에 수평위를 두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의문이다. 전형위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심의 과정은 왜 거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 회장은 복지부가 이런 태도를 고수하면 대전협도 더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의협과 공조해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현장 전공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전협은 오는 20일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자세한 사정을 공유하고 전공의 총의를 모으기로 했다.

한편, 본지는 이에 대해 의료인력정책과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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