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미크론 감염자 급증…21일경 우세종 전환 예측
정재훈 교수 “증중화율 낮게 나온 데이터는 미국·유럽 등”
“한국·대만 등 통제 잘 된 나라에선 오미크론 중증화 다를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비해 덜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파급력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체 인구의 코로나19 감염률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21일 정도면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점유율이 50%를 넘어 우세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3배 강하다고 가정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에 따라 오는 2월 말 신규 확진자는 최대 3만명, 위증증 환자는 1,7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지난 14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입원 위험이나 중증화율이 낮아 보인다면서도 해외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다르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데이터의 함정이 있다. 오미크론 변이 증증화율이 측정된 나라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미국 등으로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나라들”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남아공이나 유럽, 미국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30~40% 정도로 보기도 한다. 인구의 절반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것”이라며 “예방접종를 마친 인구까지 더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던 사람이 거의 없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도출된 데이터”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존 연구 자료에서 백신 접종률과 코로나19 확진율 등을 보정한 후 분석하면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우리나라나 대만, 중국처럼 코로나19 유행 통제가 잘 이뤄진 나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효과(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중증화율 등)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중 몇 %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가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시 한번 중환자 병상 부족 등 의료 대응 역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 때 의료체계가 버티지 못했던 지점이 신규 확진자 7,000명대였다. 그때보다 중환자 병상 수가 2배 정도 늘었다. 그렇다면 신규 확진자 1만4,000명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오미크론 변이 중증화율이 델타 변이의 절반 정도라면 (신규 확진자) 2만8,000명까지는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도입되면서 ‘이론상’으로는 신규 확진자 4만명 발생까지는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파력이 변수로 작용해 “중환자실 대응 역량이 부족해지는 시점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이어 “오미크론 변이는 거리두기로 막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우선 경구용 치료제와 경증 환자 진료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며 “사회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방역과 의료상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의료나 방역 대응체계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낙관적인 예측만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유행 수준이 낮았던 나라에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체계를 점점 바꾸고 고쳐나가면서 버텨야 한다. 머리만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번은 경험해 봐야 한다”며 “확진자 추계가 오는 4~5월이 지나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아마 다음 주가 올해 가장 최저점일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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