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의사회 "현장 상황 심각한데 정부 대책 없다"
응급의료협의체 구성하고 응급환자 종합대책 마련해야
전문가 중심 응급의료체계 구성 등 대선정책제안도 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응급실로 밀려들면서 '응급의료체계 붕괴' 우려까지 나오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3일 '응급의료현안과 응급의료의 미래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응급의학과가 생긴 이래 최대 위기"라며 전문가 중심 응급의료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체계가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기능 자체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간신히 버티고 있던 코로나 외 중증환자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환자 이송·전원·관리 전반에 대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응급의학 전문의와 소방 당국, 지역보건담당자, 복지부까지 관리감독 책임기관이 함께 위기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 자문위원인 기동훈 전문의는 "의료진 감염이 늘고 있다. 안 그래도 극한의 강도로 일하고 있는데 코로나19 감염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지역 응급의료 기능 상실로 이어진다. 한 지역의 마비는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고 결국 응급의료체계 붕괴까지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응급의료체계 마비가 코앞인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1년 8개월간 규제 일변도 정책만 내놨다"며 "지금부터라도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정부에 ▲응급의료협의체 구성 ▲코로나19 환자 병원배정 이송 전담 TFT 구성 ▲자택격리와 재택치료 응급상황 대응과 이송·의료대책에 전문가 의견 반영 ▲응급의료기관 음압실 확대, 인력·시설 지원 확대 ▲필수의료인력 처우와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정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 응급의료 현장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 이사는 "응급의료 정책에서 전문가 의견보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 의견이 전체 전문가 의견처럼 호도된다. '중환자실 80%가 찼다면 거꾸로 20%는 비었다'란 말까지 나온다"며 "응급의료를 포함해 중환자 치료는 병상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 특별한 환자에게 필요한 특별한 처치, 처치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으면 그 병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지금은 그 자리조차 없는 상황이다. 전체 응급환자의 2%밖에 되지 않는 코로나 환자가 전체 응급실 업무 부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코로나 병동을 제외하면 응급실이 코로나 환자와 가장 많이 접촉한다. 그런데도 응급실에는 코로나 병동 지원 같은 응급의료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민 회장도 ”한국의 응급의료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만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응급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며 “응급의료 정책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전문가가 의견을 개진할 통로가 없다.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응급의료협의체를 통해 이런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 전문가 중심 응급의료체계 정책 제안

의사회는 내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응급의학 전문의가 진료하는 응급의료체계 마련 ▲종별 응급의료체계 환자분산 대책 마련 ▲응급의료 안전망(Safety Net) 구축을 골자로 한 대선정책제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에 가면 응급의학 전문의가 있는 것이 당연한데 지금은 응급의학 전문의 없이도 응급의료기관을 만들 수 있다. 이를 규제할 법이 없다. 반면 3년차 이상 전공의는 전문의로 가름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지역응급의료기관 약 40%가 응급의학 전문의 없는 응급의료기관이다.

이 회장은 "이익단체들은 이를 이용해 전공의와 일반의들로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그에 따른 이득만 누리려고 한다. 관련 법 개정 등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하고 응급의학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의사회는 병원간 이송체계 개선과 응급의료 수가 문제, 의료사고 발생시 분쟁해결 문제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정책 제안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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