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긴급회의 열고 '오미크론' 명명 후 우려변이 분류
WHO 회의 마치기도 전에 10개국 남아프리카 여행 금지
“오미크론 변이, 스파이크 단백질에만 30개 넘는 돌연변이”
남아공 백신 접종률 낮아 면역반응 회피 등 확인 안돼

세계보건기구는 26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새로운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오미크론'으로 명명하고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세계보건기구는 26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새로운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오미크론'으로 명명하고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주도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B.11.529)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열고 B.11.529를 '오미크론(Omicron)'이라고 명명하고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다섯 번째 우려 변이다. 당초 오미크론은 그리스 알파벳 순서상 ‘누(Nu) 변이’로 이름 붙여질 것으로 예상됐다.

오미크론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내부에 32개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16개인 델타 변이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전염력이 강해질 수 있으며 감염으로 획득한 자연면역이나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면역 반응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WHO는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9일 수집된 표본에서 처음 확인됐고 24일 WHO에 처음 보고됐다"며 “이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 급증은 이전 사례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지되어 이 바이러스가 더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남아공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585명이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5일 2,465명으로, 일주일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남아공 동북부 가우텡(Gauteng) 주에서는 신규 확진자의 90%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출처: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남아공 콰줄루나탈대(University of KwaZulu-Natal) 리차드 레셀(Richard Lessells) 교수는 25일 보건부 브리핑에서 “새로운 변이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며 “새 변이가 이미 남아공 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남아공 전염병대응·혁신센터(CERI)장인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 교수는 “무척 이례적인 돌연변이 무리를 확인했다. 바이러스 전체 유전자에는 50개 정도, 스파이크 단백질에만 30개가 넘는 변이가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홍콩에서도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2명이다. 최초 감염자는 남아공을 여행했던 사람으로, 홍콩 내에서 2차 감염으로 이어졌다.

벨기에와 이스라엘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1명씩 신고됐으며 모두 해외 여행을 다녀온 백신 미접종자였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현재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는 델타 변이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지, 기존 백신 효과를 얼마나 감소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남아공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율이 24%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백신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University of Witwatersrand) 바이러스 학자인 페니 무어(Penny Moore) 교수는 “예방접종자가 재감염된 사례가 있지만 현 단계에서 뭐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현재 남아공 내 사례가 적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보다 더 전염력이 강한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어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감염으로 획득한 자연면역이나 백신 접종으로 생성된 면역 반응을 얼마나 회피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아리스 카주라키스(Aris Katzourakis) 교수는 “델타 변이가 널리 퍼져 있는 국가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징후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과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10개국은 WHO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남아공 등 남아프리카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의 보호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 불확실성 때문에 여러 국가들이 빗장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지금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고 초기 단계라서 WHO 긴급회의 등을 통해서 파악되는 정보들을 분석해보고 그 영향들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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