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환급금 보상서 배제는 취약계층 ‘역차별’” 판단
소비자원 분쟁조정위 “국가 제도, 사기업이 활용하는 것 수긍 어려워”
암환자권익협의회 “민간보험사와 금융당국, 이번 판례 수용해야”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별다른 근거 없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보험금 보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결정에 암 환자들이 보험사와 금융당국을 향해 즉시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04년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했다. 연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의 총액이 소득분위별 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초과금액 만큼 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하지만 환급금의 경우 보험사에서 보험가입자가 실제 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 자료 또는 보험료납부확인서 등을 요구하며 실손 보험금에서 환급금을 제외하고 지급하고 있다.

최근 부산지방법원과 한국소비자원이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별다른 근거 없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보험금 보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자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이를 근거로 보험금 보상을 주장하고 나선 것.

우선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요청된 분쟁사례를 살펴보면 보험가입자인 A씨는 지난 2016년 사우나에서 쓰러져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가다 B보험사의 보험약관에 따라 실손의료비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B보험사는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액만큼 차감해 지급했고, 올해는 임의로 본인부담상한제 금액을 정해 추가 발생한 의료비 지급을 거부했다.

B보험사가 A씨에게 공단으로부터 받는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은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며 3년간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은 1,675만원에 달했다.

A씨는 B보험사가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공단으로부터 받은 환급금은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B보험사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 A씨가 청구한 보험금 중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 삭감한 실손보험금 1,675만1,505원을 보험사가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위원회는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과 신청인이 별도로 가입한 민간보험에 따른 보험금은 법적 성격과 급부의 목적이 현저히 다름에도 보험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서로 상계하거나 지급을 지연하는 것은 국가가 시행하는 제도를 사기업이 일방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에 따르면 부산지법도 별다른 근거 없이 환급금을 보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부산지법도 본인부담상한제의 환급금 성격은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공단에서 지급하는 보험급여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별다른 근거 없이 보상에서 환급금을 제외하는 것은 제도 시행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민간보험사와 금융당국이 이를 수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번 판례와 조정례안이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민간보험사들도 기업의 이익에만 가치를 두지 말고 사회적 책무와 기업의 윤리, 도덕성에도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