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포럼, 설문조사…방역수칙 완화 후 과·폭음 ‘증가한다’ 54%
주류광고, 술 친근하게 느끼게 해…성인 79.6%·청소년 44.5%
이해국 상임이사 “중독적 음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 있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해 음주량이 감소했지만 최근 방역수칙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과음·폭음 등 음주행태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아이돌 등 연예인을 주류 광고 모델로 내세운 공격적인 주류 마케팅이 ‘술 부르는 사회’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독포럼은 1일 창립 9주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19, 다시 과음·폭음 사회로 돌아가지 않으려면’을 주제로 방역수칙 완화에 따른 과음·폭음으로의 회귀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중독포럼은 ‘음주폐해 예방관리정책 관련 이슈에 대한 대국민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했으며 지난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8명과 15~18세 청소년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 이후 음주행태 변화, 아이돌 등 연예인 주류광고 등에 대해 조사했다.

방역수칙 완화 ‘과음·폭음’ 증가

조사결과, 응답자의 95.8%가 코로나19 이후 술집이나 식당 등 외부 영업시설에서의 음주가 감소했고, 97.6%는 1차에 이어 2차나 3차까지 술 마시는 것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 63.6%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가족과 술을 마시는 ‘홈술’이 늘었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이 증가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62.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방역수칙 완화로 집한 제한이 풀리고 영업시간이 연장될 경우 방역수칙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과음·폭음이 늘어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54%), 2차나 3차까지 음주를 이어가고(59.8%), 술 마시는 횟수가 증가(64.4%)할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특히 아이돌 등 연예인의 공격적인 주류 광고가 음주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79.6%, 청소년 44.5%는 아이돌 등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주류광고가 청소년이 술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고 생각했다.

이에 성인 77.7%, 청소년 63.1%가 청소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예인을 활용한 주류광고나 마케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또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제한 없이 음주를 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91.1%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82.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81.4%가 음주폐해 예방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국민 인식이 낮다고 평가했으며, 86.5%가 우리나라에는 음주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나 정책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응답해 음주폐해 관련 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해국 상임이사(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반적 음주수준은 감소했지만 홈술·혼술이 늘면서 평소 적게 마시거나 안 마시던 사람의 음주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중독적 음주자의 음주는 감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최근 아이돌을 동원한 공격적인 주류 마케팅의 영향으로 음주가 다시 늘고 있다”며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광고들이 현실에서 (음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상임이사는 “국민들이 하고 싶고, 놀고 싶은 욕구를 참고 전면적 방역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이 커뮤니티 내 가족들과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투자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음주행태 변화…제도적 뒷받침 마련 필요

음주행태가 변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술 구매 연령을 제한한 것 외에 음주폐해 예방 정책이 전무한 실정이나, 지난해 말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지자체가 공공장소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음주행태 변화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손애리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어디서나 술을 구매하는 것이 쉽고 아무런 제약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코로나19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현 조례에서 제시하지 못했지만 공공장소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는 것과 맞물려가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인식개선 캠페인이 필요하며 음주폐해 예방을 위한 입법조치 등도 함께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지자체에서 표준조례안이 채택되고 운영되려면 국민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음주하지 않는 인식이 개선돼야 하므로 많은 교육과 홍보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금주구역 중 국민 수용도가 높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거나 야간 시간만 금지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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