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개발 성공은 정부 지원·개발 인프라·진취적 학풍이 바탕
한국도 mRNA 원천 기술 이전으로 코로나19와 그 이후 대비해야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백신 개발을 지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넘겼다. 공중보건 위기사태에 백신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우리나라도 mRNA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28일 발간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정책 동향 및 시사점' 브리프에서 미국이 빠른 백신 보급과 접종으로 초기 대응 실패를 만회하며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27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 3,360만명에 사망자도 6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국민 10명 중 1명은 코로나19에 걸렸던 셈이다. 그러나 하루 최대 30만명에 이르렀던 신규 확진자 수는 1월 초를 분기점으로 꾸준히 줄어들어 최근 만 명 이하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지난 해 12월 18일 식품의약국(FDA) 화이자 백신 긴급 승인을 시작으로 접종에 들어가 지난 27일 기준 46.6%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단순 누적 접종 횟수만 따져도 3억2,300만 회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진흥원은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은 결국 방역 조치만으론 종식에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제2, 제3의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선 확실한 방역 조치와 함께 신속한 백신 개발 및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백신 개발에 성공한 핵심 요인으로 Operation Warp Speed를 위시로 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초과학·제약산업 인프라,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연구 문화를 꼽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해 5월 OWS를 수립하고 백신 개발에 100억 달러, 우리 돈 10조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화이자-바이오앤텍, 모더나, 존슨앤존슨(얀센) 3개 사를 비롯해 7개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았다. 존슨앤존슨이 10억 달러, 모더나가 15억 달러를 지원받았고 화이자는 2억 달러 규모 선 구매 계약을 맺었다.

FDA 주도로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고 4년 가까이 걸리는 전체 임상 과정은 6개월로 단축했다. 백신 개발 단계부터 생간과 운송, 분배 계획을 세운 것도 주효했다.

미국은 OWS에 참여한 백신의 우선 할당권을 가지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확보라는 두 가지 과업을 8개월 만에 완수했다.

Operation Warp Speed를 통한 미국의 백신 개발 기간 단축 과정(자료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Operation Warp Speed를 통한 미국의 백신 개발 기간 단축 과정(자료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여기에는 케임브리지와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거대한 바이오 클러스터와 새로운 시도를 권장하는 학풍이 밑바탕이 됐다.

진흥원은 "우수한 대학, 다양한 바이오테크 기업, 세계 최고 수준 병원으로 이뤄진 케임브리지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막대한 시너지를 일으켰다"며 "여기에 혁신적인 사고와 시도를 장려하는 연구 분위기가 있었기에 미국이 막대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도 모험적 시도가 가능했다"고 봤다.

진흥원은 한국이 이런 사회적 인프라를 단기간에 갖추긴 어렵지만 mRNA 원천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현재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을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원천 기술까지 이전 받아 코로나19를 비롯한 백신 개발 및 생산이 가능해지면 아시아의 백신 허브로 거듭날 거라고 예측했다.

이는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 중인 자국과 동맹 중심 보건 산업 개편 계획(Global Value Chain)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과 인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신 생산 구도 재편에 한국이 전략적으로 요충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진흥원은 "미국은 의약품과 원재료 상당 부분을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는데 의존하면서 팬데믹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바이든 정부는 GVC 개편을 통해 코로나19 같은 비상사태에 안전한 의약품·원재료 공급망을 확보하고 다가오는 중국과의 갈등을 대비해 보건안보를 강화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만약 한국 기업이 mRNA 백신 기술을 이전 받으면 한국 백신 기술 경쟁력 향상은 물론 다른 질병에 대한 mRNA 백신 개발 및 생산이 가능해 아시아의 백신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백신 GVC 개편과도 같은 방향"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