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희 안산시 상록수보건소장 "상비군 개념 도입해 운영해야"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박건희 소장은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울대 보건대학원 공중보건 세미나에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시군구 대응체계 구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사진 출처: 서울대 보건대학원 ZOOM 화면 캡처).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박건희 소장은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울대 보건대학원 공중보건 세미나에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시군구 대응체계 구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사진 출처: 서울대 보건대학원 ZOOM 화면 캡처).

지자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공중보건 위기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인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염병 유행에 대응하는 인력을 '상비군'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박건희 소장은 지난 23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진행한 '공중보건 위기대응체계 구축 연구' 세미나에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시·군·구 대응체계 구축'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시·군·구 공중보건 대응체계는 지난 2015년 메르스(MERS)를 거치면서 변화했다. 문제는 메르스 당시에는 시·군·구 내에서 확진자가 하루 1~2명 나오는 수준에 밀접 접촉자도 100명 미만이었다"면서 "이 정도 수준에서 감당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으로 지금은 하루 50~100명 가까운 확진자와 수 천 명의 밀접 접촉자는 물론 자가격리 체계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런 시스템이 과연 10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말 그대로 '사람을 갈아서' 유지하고 있다"며 "보건소 직원들이 한 달에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해가며 버티고 있다. 일반적인 근로계약 관계였다면 절대 성립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이에 보건소 내 감염병 대응 체제를 새롭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소장은 "군대 '상비군' 같은 개념으로 조직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평상시 메르스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해 훈련하면서 지역 내 보건 부분에 종사하고 유사시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보건소가 평상시에는 지역 건강 관련 행정 업무와 건강증진 역할을 하되 감염병 유행처럼 유사시에는 질병관리청의 지휘를 받으면서 지자체와 협력해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자고 했다.

박 소장은 "이렇게 하면 중앙과 지역이 계속해서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보건소 관련 의료 인력 면에서 문제로 지적돼왔던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확실하게 구축 가능하다. 지역에서 경험을 쌓아 중앙으로 올라갈 수 있고 중앙에서도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조직 개편이 유사시 중앙 방역당국과 지자체 협력을 저해할 수도 있으므로 "질병청의 수직 라인과 지자체의 수평 라인을 어떻게 연결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 소장은 "평상시에는 이 인력이 어떤 업무를 맡을 것인지, 위기 상황에서 인력 재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