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바브 세계의사회장, 서신에 이어 영상으로도 우려
“의사-환자 신뢰 무너뜨리고 치료 선택 기회 줄어”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는 한국 상황에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에게 보낸 서신에 이어 영상도 보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의 치료 선택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관련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세계의사회에는 의협을 비롯해 115개국 의사회와 의사 900만명이 가입돼 있다.

세계의사회 데이비드 바브 회장
세계의사회 데이비드 바브 회장

의협이 22일 공개한 영상에서 세계의사회 데이비드 바브(David Barbe)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추진될 법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바브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환자 다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치료 선택의 기회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이 법안은 ‘오웰리안(Orwellian)’ 성향이 짙어서 자유시민국가라고 하기보다는 전체주의 국가적인 사고에 가깝다”고 말했다.

바브 회장은 이어 “수술이나 투약, 의학적 자문 등 의료행위에 해당되는 것들은 모두 환자와 의사 간 상호 신뢰와 확신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을 담보하는 핵심적 요소는 사생활 보호”라며 “수술실 내 강제적으로 CCTV를 설치해 감시하면 끊임없는 상호 불신을 야기할 뿐 아니라 그 어떤 치료 과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바브 회장은 “환자와의 신뢰와 확신을 깨뜨릴 수 있는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의협 입장을 지지하며 하루속히 동 법안이 폐기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CCTV 설치 의무화보다는 의료 질 향상을 위한 프로토콜, 동료평가 등이 의료행위의 안전성을 높이고 치료결과를 더욱 개선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실에서의 감시를 통한 위협과 불신을 퍼트리는 대신, 사생활을 존중하고 전문성과 윤리 행동을 촉진하는 자유 사회의 이념을 따라 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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