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이필수 회장에게 보낸 서신 통해 우려 표명
“의사-환자 간 신뢰 깨고 위험성 큰 치료 주저하게 만들 것”

세계의사회(WMA)는 한국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이 담긴 법안 제정이 추진되는 상황을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서한을 대한의사협회에 보냈다.
세계의사회(WMA)는 한국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이 담긴 법안 제정이 추진되는 상황을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서한을 대한의사협회에 보냈다.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가 우려를 나타냈다.

불신을 조장하고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오웰리안(Orwellian)’ 같은 방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유래한 오웰리안은 전체주의적이라는 뜻이다.

세계의사회는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대리수술 논란으로 ‘수술실 CCTV 설치법’ 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의사회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의료인들이 벌인 비윤리적이거나 범죄적인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CCTV 설치 의무화는 불신을 증명하는 것이며 치료나 회복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의사회는 “의료행위는 신뢰와 믿음에 기반한다. 이것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라이버시 보호”라고도 했다.

세계의사회는 CCTV 설치로 수술실이나 진료실을 감시하도록 의무화하면 환자 참여를 억제하고 의사들이 어려운 처치는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의사회는 “수술실에서도 종종 환자가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의무적인 감시는 환자의 참여를 억제할 것”이라며 “중환자 진료 시 위험성이 큰 치료를 해야 하면 많은 외과 의사는 이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의사회는 “그런 조치(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신뢰를 깰 뿐만 아니라 생명과 관련된 필수적인 치료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을 줄일 수 있다”며 “현재 입법 제안은 오웰리안 성향을 갖고 있다. 이는 자유주의보다는 전체주의 정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세계의사회는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동료 평가(peer review) 등을 통해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의사회는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 거짓된 의료행위를 밝혀내고 근절하는 일은 강력 지지한다. 하지만 그런 잘못된 의료행위를 밝혀내고 처리하는데 제안된 법안(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보다 더 적절한 방법을 알고 있다”며 “질적으로 보장된 프로토콜과 동료 평가, 대학과 협력(Collegial Cooperation) 등이 그 방법이다. 지속적인 비디오 모니터링보다 이같은 조치들이 결과도 더 좋고 의료행위의 안전성을 향상시킨다는 근거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사회는 이어 “믿음과 신뢰를 파괴하는 법안을 반대한다는 의협을 지지한다”며 “현재 발의된 법안이 폐기되기를 바란다. 또 한국 입법자들이 겁을 주거나 감시하는 대신 프라이버시와 의무를 존중하고 전문성과 윤리적인 행위를 키워 나가는 자유사회 정신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같은 세계의사회의 서한에 대해 의협은 “보편적 의료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부족한 현재의 논의에 세계 의료계가 우려 섞인 주목을 한는다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저지해 환자 안전을 위한 사회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각성하고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제공: 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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