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균‧정재훈 교수, 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원인불명인 가와사키병, 감염병에 있을 수도”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를 강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에 국내 가와사키병 발생률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가와사키병이 감염병일 수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는 지적이다.

가와사키병은 소아에게 발생하는 원인불명 질환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발생률이 높다.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안종균 교수와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 등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마스크 착용 등 비약물적 중재가 가와사키병 발생률에 미친 영향을 분석,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 국제학술지인 ‘Circulation’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0~19세에서 발생한 가와사키병 사례를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했다. 비약물적 중재 기간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9월까지다. 연구진은 비약물적 중재 기간 가와사키병 발생률과 그 이전 동기 대비 연평균 발생률 등을 비교했다.

출처: 국제학술지 'Circulation' 게재 논문 'Reduction in Kawasaki Disease After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in the COVID-19 Era: A Nationwide Observational Study in Korea'
출처: 국제학술지 'Circulation' 게재 논문 'Reduction in Kawasaki Disease After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in the COVID-19 Era: A Nationwide Observational Study in Korea'

그 결과, 2010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총 5만3,424건이 가와사키병으로 진단됐다. 이중 비약물적 중재 기간 이전인 2010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연간 평균 발병률은 10만명 당 48.1명이었고 월평균 발병률은 10만명당 4.1명이었다.

반면, 마스크 착용 등 비약물적 중재 기간에는 가와사키병 발생률이 급감했다. 2020년 2월부터 9월까지 평균 발생률은 10만명당 18.8명으로 이전 동기(10만명당 31.5명) 대비 60% 정도였다. 발병률이 가장 높은 0~4세도 10만명당 80명으로, 10만명당 123명이었던 그 이전 기간보다 급격히 줄었다. 5~9세는 비약물적 중재 기간 이전 10만명당 23.8건에서 비약물적 중재 이후 10만명당 10.6건으로 감소했다.

가와사키병의 계절성 발생 양상도 변화했다. 국내에서 가와사키병은 겨울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늦봄과 여름에도 자주 발병한다. 이러한 계절성은 가와사키병 유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을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대류권 상층부의 바람을 타고 대양을 건너 전달된 감염성 물질이나 바람을 타고 전달된 오염물질, 불활성 입자가 가와사키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비약물적 중재 기간에 가와사키병 발생이 줄었다.

연구를 진행한 정재훈 교수는 “비약물적 중재는 인플루엔자, 폐렴 등의 호흡기 감염병을 감소시키고, 그로 인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나 천식의 악화도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는 비약물적 중재 기간 소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가와사키병도 감소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는 발병 원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와사키병의 원인이 감염병에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안종균 교수는 “다양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방역 이후 가와사키병 발병률이 감소했다”며 “이러한 결과는 아직까지 원인을 모르는 가와사키병의 병인에 환경적인 유발 인자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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