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톰 형우진 대표 "실제 환자 정보 기초한 수술 이뤄질 것"
딥러닝 기술로 수술 환경 완벽 구현한 시뮬레이션 제공
국내 의료기술 발전 위한 지속적인 대화와 합의 필요해

휴톰 형우진 대표는 위암 로봇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지난 2005년 세브란스병원에 로봇수술을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형 대표는 "앞으로 외과 수술은 정보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로 결과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휴톰 형우진 대표는 위암 로봇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지난 2005년 세브란스병원에 로봇수술을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형 대표는 "앞으로 외과 수술은 정보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로 결과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외과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습니다."

위암 로봇수술 분야 권위자가 직접 수술 전문 플랫폼 개발에 나선 이유다.

휴톰 형우진 대표는 지금까지 외과 수술의 패러다임이 개복수술에서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이라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전환됐다면 이제 디지털 인포메이션(digital information)이라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변혁이 일어날 거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외과 수술은 의사 개인의 실력이나 경험 유무, 기계의 능력이 아니라 정보(information)를 얼마나 제대로 쓰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이를 위한 기반 기술은 인공지능(AI)이 될 수도 있고 VR이나 AR이 될 수도 있죠. 중요한 건 휴톰의 기술로 이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겁니다."

늘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온 형 대표는 임상 연구가 항상 '보고서'로 마감되는 현실에 한계를 느낀 차에 수술용 로봇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얻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스탠퍼드 연구소(SRI)와 버브 서지컬((Verb Surgical)에서 엔지니어들과 교류하다가 '내 것은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경영이나 마케팅은 물론이고 AI·딥러닝이란 기술에 대해서도 그때 제대로 배웠어요. 그 전까진 의사로서 편리하고 익숙한 정보만 고르면 된다고 생각했죠. 또 수술 촬영 영상을 딥러닝 시스템에 밀어 넣으면 알아서 분석이 되는 줄 알았고요."

이렇게 '맨 땅에 헤딩'식으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휴톰은 단 4년 만에 업계 선두에서 세계 유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 해 6월 컴퓨터 인공지능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회 CVPR 2020 영상 사물 인식(Object Detection in Video) 부문에선 페이스북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입증했다. 관련 특허만 50개가 넘는다. 지난 2월에는 수술용 내비게이션 RUS가 내시경영상치료계획소프트웨어로선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인증을 받았다.

RUS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CT 이미지를 3D 모델로 구현하고 수술 카메라와 완벽히 동일한 시야각에서 해부학적 구조를 살필 수 있게 돕는다. 환자 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기복 상태에서 어디를 절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도 미리 계산할 수 있다. 실제 수술 현장에서 RUS가 표시한 좌표에 맞춰 절개하기만 하면 된다.

​휴톰의 내시경영상치료계획 소프트웨어 RUS의 실제 작동 화면.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수술에 필요한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휴톰의 내시경영상치료계획 소프트웨어 RUS의 실제 작동 화면.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수술에 필요한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이렇게 RUS를 이용하면 수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든 오늘 처음 수술실에 들어온 의사든 지금 수술 받는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선 동일한 지식을 갖게 된다. 형 대표는 RUS의 방향성은 '경험'에 의한 차이를 좁히는 거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수술 경험이 많더라도 실제 환자의 해부학적 상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수술만 5,000번을 한 저조차도 도중에 헤매는 경우가 생겨요. 경험에 근거해 확률상 '아마 이렇겠지'하고 진행하게 되니까요. 그러니 이제 확률이나 짐작이 아니라 실제 환자의 모습 그 자체를 보는 방향으로 가자는 겁니다."

이 외에도 현재 개발 중인 SurgGram은 수술 전 자료와 수술 중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환자의 예후를 분석해 특정 합병증 발생 위험을 사전에 알려준다. 퇴원한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동까지 염두했다.

휴톰은 이들 제품군을 통해 서지컬 페이션트 케어 플랫폼(Surgical Patient Care Platform), 즉 수술 과정 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까지 환자를 종합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의료' 기술 자리잡기 위한 발전적 논의 필요해

지난 2005년 신의료기술로 임상 현장에 도입된 로봇수술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의료'기술이다. 형 대표는 지금처럼 비용효과분석(cost effectiveness analysis) 시각으로만 접근하면 새로운 기술은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좋은 기술은 지금도 계속 나오는데 이에 대한 가치 평가와 수가 적용은 여전히 통계적인 수치를 중요시해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은 비용면에서 개복 수술보다 우위를 절대 차지하지 못합니다.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장점들을 고려해야죠.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컨센서스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산업인이자 의료인으로서 형 대표는 이런 상황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는 의료 기술에서 표준을 만들 수 있는 나라예요. 우리나라가 표준을 제시하면 전 세계가 받아들일 만큼 힘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정책이나 시스템적 문제로 이런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너무 불행한 일이죠."

형 대표는 의료 기술 발전을 위해 임상과 개발 두 분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또한 강조했다.

"임상 현장에선 '뭔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기술적인 해결 방법을 구체화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반면 개발자 사회는 뭐든지 기술로 해결보려는 경향이 강하죠. 아주 간단한 부분에도 일단 최신기술을 집어넣으려고 하고요. 어떤 땐 둘 다 같은 한국말을 하는데 대화가 안 통하기도 해요. 동일한 표현을 써도 받아들이는 의미가 다르거든요. 이런 벽을 허무는 과정이 어렵긴 하지만 계속 소통하면서 맞춰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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