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mRNA 개발 지원 ‘시동’…기업들 ‘핵심’ 약물전달체 기술 개발 분주

지난 22일(현지시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mRNA(메신저 리보핵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기업의 국산 mRNA 백신 개발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는 지난 22일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 ‘mRNA-1273’에 대한 완제 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3분기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수억 회 분량의 백신에 대한 무균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과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인에게 가장 중요한 백신”이라며 “전 세계의 백신 긴급 수요에 대응해 올해 하반기 초에 상업용 조달이 가능하도록 신속한 생산 일정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mRNA 백신 생산을 맡게 되는 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초다. 다만, 이번 CMO가 기술이전을 통한 원액 생산이 아닌 공급받은 원액을 ‘충전 후 마감(Fill&Finish)’하는 완제의약품(DP) 생산 공정이라는 점에서 자체 mRNA 백신 기술 개발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임상시험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 백신은 101개로, 이 중 RNA 기반 백신이 16개지만 국내 기업 중 mRNA 백신 개발이 임상시험 단계에 접어든 곳은 없다. 국산 mRNA 백신 개발까지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이달 초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포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백신 개발기술은 특허지만 제조 방법과 기법(노하우)는 ‘영업비밀’로 여전히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mRNA 백신을 포함해 바이오의약품은 기본적으로 대학이나 스타트업에서 개발된 기초기술이 개발되어 특허로 보호되며 추가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큰 기업으로 기술 이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특허가 mRNA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특허인지도 불분명하다.

한 가지 예로, 현재 mRNA 백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또한 복잡한 경로를 통해 mRNA 백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00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들은 오늘날 mRNA 백신기술의 기반이 되는 연구를 논문에 게재했으며, 이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는 본 특허 실시권을 mRNA 리보테라퓨틱스(mRNA RiboTherapeutics)에 허여(기술자료 공유)했다.

mRNA 리보테라퓨틱스는 계열사 셀스크립트(CellScript)에 재실시권(특허 발명이나 노하우를 실시할 수 있는 권리)을 주었으며 이 셀스크립트로부터 재실시권을 부여받은 게 바로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는 국산 mRNA 백신 자립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정부가 택한 코로나19 백신 투 트랙 전략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CMO가 아시아 허브 역할의 일환이라면, 나머지 하나는 정부가 국내 기업 중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고 개발 의사가 있는 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실무추진위 산하 mRNA백신 전문위원회를 차례로 개최하는 등 지원 방향 등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연내 mRNA 백신 연구개발에 나서겠다고 의사를 밝힌 곳은 4곳이다.

mRNA백신 핵심 기술 ‘LNP’…기술도입·자체개발 등 활로 모색

mRNA 백신은 지질나노입자(Lipid Nano Particle, LNP)를 이용해 mRNA를 세포에 전달,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성하여 인체가 면역을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때문에 체내에서 파괴되기 쉬운 mRNA를 보호해 안전하게 세포까지 전달해주는 지질나노입자 기술이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LNP 기술의 경우 국내에서는 에스티팜이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스위스 바이오기업인 ‘제네반트 사이언스(Genevant Sciences, 이하 제네반트)’와 LNP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인 상태다.

제네반트가 1998년 최초로 LNP 기술을 연구한 미국의 아버터스 바이오파마(Arbutus Biopharma)가 2018년 로이반트와 함께 스핀오프한 회사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큐어백과 모더나 또한 아버타스가 기술 실시권을 허여한 아퀴타스 테라퓨틱스(Acuitas Therapeutics)와 LNP 기술 특허를 실시할 수 있는 계약을 맺고 있으며, 바이오엔테크 또한 제네반트로부터 재실시권을 부여받아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이밖에도 기존 LNP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mRNA 약물전달체에 대한 국내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이달 2021 오픈이노베이션 연구 과제 공모를 통해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Nathaniel S. Hwang(황석연) 교수팀과 가톨릭대학교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박우람 교수팀을 선정했다.

각 연구팀은 mRNA 전달 효율이 높은 신규 지질 디자인과 합성을 진행하고, 목암연구소는 합성된 지질을 이용해 LNP 생산, 분석 및 효능 탐색 등을 맡을 계획이다.

삼양홀딩스과 엠큐렉스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상호 협력 MOU를 체결했다. 엠큐렉스는 올릭스의 mRNA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다. 두 회사는 고분자 나노 입자를 통해 LNP 기술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독자적인 약물전달체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이연제약과 엠디뮨은 지난 4일 바이오드론(BioDrone)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에 관한 라이선스 및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관심을 모았다.

두 회사는 엠디뮨의 원천기술인 압출공정을 통해 생산한 세포유래 베지클(Cell-Derived Vesicles, CDVs) 기반 바이오드론 기술에 mRNA 봉입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2개 질환에 대한 항바이러스 백신 및 희귀유전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향후 추가적인 계약을 통해 다양한 질환으로 공동개발 범위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21일 ‘코로나19 mRNA 백신과 특허권’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mRNA를 이용한 백신 임상 성공으로 미래의 의약품으로서의 mRNA 기술 잠재력이 확인되었다”며 “mRNA 관련해 기존 해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 영업비밀, 노하우 등 복잡하게 관여되어 있는 법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우리 기업들도 mRNA 백신 및 차세대 의약품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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