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백신 공급에 의지하면서 물량 부족
G7인 일본, 백신 접종률 1%대에 머물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우등생'으로 꼽혔던 국가들이 백신 접종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서 코로나19 방역 잘한 국가로 꼽은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19일 기준 한국은 전 국민 중 3.2%가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뉴질랜드는 백신 접종률이 2.1%에 불과하고 일본은 1%대에 머물러 있다. 호주의 백신 접종률은 6.3%다.

이처럼 코로나19 방역 선진국으로 꼽혔던 국가들이 백신 접종에서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백신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주요 7개국(G7) 중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다. 일본 내에서는 "G7은 고사하고 개발도상국보다 못하다"며 정부가 백신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일본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이래 부족한 백신 물량에 발목 잡혀 왔다. 자국 백신 개발이 늦어지자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을 서둘렀지만 현재 일본 내 사용 허가를 받은 제품은 화이자 백신뿐이다.

지난 20일까지 일본에 공급된 백신 물량은 화이자 백신 약 428만명분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의료종사자 480만명 접종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배분이 제대로 안 돼 2회 접종을 마친 의료종사자는 20% 정도다.

지난 12일부터는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도 시작했지만 19일 기준 접종 대상자 3,600만명 중 약 1만9,000명만 백신을 맞았다. 접종 담당 인력을 구하지 못한 지자체들이 고령자용 물량을 의료진에게 우선 배분하는 "돌려막기"까지 벌어졌다.

전국 지자체가 정확한 백신 보급량과 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 정부는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는 5월 10일까지 우선 444만명분을 배분하고, 6월말까지 5,000만명분을 들여오겠다는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는 미일정상회담으로 미국 방문 중인 지난 17일 화이자 CEO인 앨버트 블라 회장과 전화 면담을 갖고 백신 추가 물량과 조속한 공급을 요청해 9월까지 전 국민 접종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사진 출처: FNN 프라임온라인 보도화면 캡쳐).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는 미일정상회담으로 미국 방문 중인 지난 17일 화이자 CEO인 앨버트 블라 회장과 전화 면담을 갖고 백신 추가 물량과 조속한 공급을 요청해 9월까지 전 국민 접종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사진 출처: FNN 프라임온라인 보도화면 캡쳐).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화이자 최고경영자 앨버트 블라 회장과 합의해 9월말까지 16세 이상 대상자 전원이 접종할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여기서도 정확한 물량과 공급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9월말이란 시기도 "유럽연합(EU)의 수출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라는 단서가 붙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나 모더나 백신 역시 9월말 전체 물량에 포함된다고 했지만 정확한 공급 날짜는 함구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가시적인 지표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일본 내부 불만도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 20일 중의원 회의에서 스가 총리가 "(전 국민 접종 물량이) 9월까지 확실히 들어오지만 자세한 건 밝힐 수 없다"고 하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대체 언제쯤 제대로 된 계획을 내놓는 거냐"는 비판이 일었다. 지자체장 조직인 전국지사회는 "정부가 뭐라도 공유해주길 바란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전 국민 백신 접종이 내년 봄까지 갈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은 지난 19일 당 내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고령자 접종이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 계획을 바탕으로 일본의사회가 예측한 8월말보다 한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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