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두 교수의 Palliative Care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Palliative Medicine 펠로우십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은 딸꾹질 때문에 환자를 입원시켜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웬 딸꾹질 가지고 병원에 입원씩이나? 딸꾹질 하면 흔히 “뭔가 훔쳐먹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흔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증상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일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딸꾹질이 암환자 분들에게는 정말 대수였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딸꾹질이라 하면 횡격막이 강하게 불수의적으로 수축하고 성문이 갑자기 닫히면서 강하게 들이마신 공기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생리현상이라 정의한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저절로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매우 불편하고, 때론 심한 스트레스나 통증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딸꾹질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큰 소리는 그리 기분 좋지 않으며, 조용한 공간에서는 매우 당황스럽게 만들곤 한다. 또한 밤에 지속되는 증상은 수면을 방해하여 심한 피곤함이나 탈수까지도 발생하게 된다. 암환자들의 경우는 복부 부위의 암성 통증이 암주 심하게 자극되곤 하여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

48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지속성 딸꾹질이라 하고, 30일 이상 지속되면 난치성 딸꾹질로 분류하게 된다. 이를 유발하는 구심신경계(Afferent limb)는 원심신경계(Efferent limb)에 비해 비교적 많이 이해되었으나 아직 완전한 이해에는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아주 다양한 원인이 기술되어 있는데, 암환자들에게는 상부 위장관 횡격막 주변 또는 식도에 위치한 암들이 주로 문제가 된다. 또한 영양부족상태, 염증, 감염증, 전해질 이상, 어떤 원인에 의해 위 주변부에 증가되는 압력에 의한 확장 등도 흔한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상부위장관 폐쇄에 대한 치료로 이용되는 스텐트 시술 등에 따른 원인도 증가하고 있다. 항암치료제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 이런 빈도는 더욱 증가해서 5~31%의 환자들이 항암치료 도중 이런 딸꾹질 증상으로 남모를 불편함과 때론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항암제 자체보다 항암치료를 위해 쓰여지는 구토억제제 중 Dexamethasone제제의 사용이 가장 주목받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게는 40%에 달하는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이런 경우 이같은 스테로이드제제 사용을 줄이거나 다른 종류의 스테로이드제제로 바꾸면 좋아진다는 보고들이 있다. 많은 연구에서 남자에게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신경계질환을 제외하게 되면 확연하게 나타난다. 1990년에 심한 딸꾹질로 인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으며, 미국에서는 매년 4,000명 이상의 암환자들이 지속되는 딸꾹질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 이런 딸꾹질로 인해 누구나 한번씩은 어른들로부터 어떻게 해야 좋아지는지 비약물적인 방법들을 많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도 숨 참기, 갑자기 놀라게 하기, 구토유발 등을 해결방법으로 들어 알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을 해보니 국가암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암환자 증상관리 목록에 딸꾹질 증상관리에 관한 내용이 있음을 알게 됐다. 잘 모르고 있던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 되어 있다. 하지만 손으로 눈이나 경동맥 마사지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방법임을 강조하고 싶다. 흔히 말하는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tic plague)이 있는 경우 뇌졸증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어떤 이유에서든 눈이나 목에 동맥을 손으로 직접 자극하는 것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래 전부터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이를 강력한 권고사항으로 두고 있다.

약물적치료는 주로 도파민 차단제 등이 주로 쓰이게 된다. 한국에서 흔하게 알려져 있는 맥소롱(맥페란)이라 불리는 Metoclorpramide이다. 대부분의 난치성 딸꾹질 환자도 한 시간 안에 증상이 호전되어 8시간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그러나 때론 Chlorpromazine 등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혈압저하나 졸음 등 부작용으로 신중히 쓰여지고 있다. 또한 Baclofen과 같은 중추성 근육이완제를 통한 GABA 신경계를 자극하여 딸국질을 유발하는 신경계를 안정화 시키는 방법도 매우 유용하다.

최근에는 Gabapentin같은 항경련제를 통한 성공적인 치료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주로 중국 쪽에서는 침술 등을 통한 방법도 소개됐다. 드문 경우 국소마취제를 희석하여 마시면서 상부위장관을 일시적으로 마취하는 방법도 쓰인다고 한다. 아주 심한경우 이런 lidocaine을 직접 정맥 주사로 사용하여 효과를 입증한 경우도 NEJM에 보고된 바 있다. 이런 다양한 경구 또는 비경구 약물 치료가 어렵거나 반응하지 않는 경우 일측 횡격막신경차단술을 위한 협진의뢰를 해야 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게 된다.

딸꾹질 소리가 나면 초등학교 시절 교실은 왠지 웃음바다가 되곤 했다. 그만큼 당사자에게는 당황스런 경험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지속되는 심한 경우의 딸꾹질은 더 이상 재미로 넘기기에는 환자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병이 된다. 특히 암환자들에게서 흔히 발생되는 심한 딸꾹질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오더라도 청년의사 독자님들은 이 글을 보시고 한번쯤 왜 응급실까지 왔을까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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