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에게 영양결핍(malnutrition)은 흔한 문제중의 하나이며, 영양결핍은 악액질(cachexia) 증상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악액질 자체가 영양결핍상태를 의미 하지는 않는다. 영양상태가 좋아도 근육 량과 체중이 감소하고 대사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악액질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수학에서 보는 필요-충분조건 같은 개념이라 보면 된다. 오늘은 이중에 암환자들에게 흔히 보이는 영양결핍의 문제에 한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양결핍은 말 그대로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공급받는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결국 체중감소와 대사에 영양을 줄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때론 내 몸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한다면 같은 양의 영양공급 만으론 부족할 것이다. 이런 현
암환자들의 대부분이 경험하며, 병원에 입원하게 만드는 것이 암 성 통증이다(50-80%). 이런 암과 관련된 통증을 분류하는 방법과 용어는 다양하다. 그 중에 통증이 발생하는 시간에 따른 구별이 통증치료를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기본적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지속적인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이런 지속되는 통증도 하루 동안 관찰하게 되면 계속 변화되는 정도를 경험하게 된다. 통증관리는 단순히 정지되어 있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여야 하는 올림픽에서는 보는 실내 사격이 아니다. 야외에서 날아오르는 움직이는 물체를 실시간 따라가며 타격하는 클레이 사격이다. 그러나 신은 그나마도 우리 의료인들에게 그런 편한 자세로 사격할 수 있는 경우를 많이 허락하지 않는다. 크로스 컨트리로 달리
연초가 되면 관상, 점,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들도 과거부터 내려오는 통계를 이용한 인간의 삶에 대한 미래에 대한 예측방법이었다. 정확도를 떠나 일정한 공통점이 있는 것들의 패턴에 대한 예측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는 슈퍼 컴퓨터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성별, 나이 그리고 간단한 의학정보를 입력하면 앞으로 남은 생존기간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눈, 코 모양 대신 혈압 등의 기본 자료가 포함된다. 재미 삼아 많은 분들이 남은 시간에 대해 알아봤다. 만약 이것이 좀 더 정확해 진다면 어쩌면 미래엔 내가 몇 날 몇 시에 죽을지 슈퍼 컴퓨터가 보는 현대판 토정비결이 생길 것 같다. 국가나 한 사회 집단에 대한 다양한 통계자료는 결과 그 자체를 알기 위해서이기보다, 그를
3개월 전 쯤 유방암 수술을 받고 완치 받은 한 젊은 환자가 매우 슬픈 표정으로 외래진료를 보기 위해 왔다. 38세의 이 환자는 2년 전에 초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그녀의 삶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을 거라고 회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환자는 수술 후부터 시작된, 유방암 절제술 후 합병증의 하나인 Post mastectomy pain syndrome(PMPS)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수술 도중이나 이후 피부나 갈비뼈 주변의 신경손상 등으로 인해 심한 감각 이상과 통증을 일으키는 비교적 흔한 합병증 중 하나이다. 정도에 차이는 있으나 약 1/3의 환자가 고통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은 통증이 좋아지지만, 이 환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 경우에 해당됐다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얼마 전 일본의 대학 공동 연구팀에 의해 조사된 결과에 의하면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장소로 ‘집’이라는 곳이 병원 보다는 더 좋을 수 있다. 2,000명에 달하는 암환자들을 상대로 추적 조사해보니, 비교적 짧은 생존기간이(몇 일에서 몇 주 정도) 예상되는 환자들의 경우 집에서 치료를 받다 임종을 맞이하는 편이 병원을 선택하는 것보다 오히려 삶의 시간을 나흘이나 더 연장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연구 현실이나 기법에서 오는 한계가 분명히 있으나, ‘집’이라는 장소가 임종을 하는 장소로서 적어도 나쁘게 역할을 하지는 않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온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슷한 선호도를 보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오래 전부터 알약 하나만 먹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미래시대를 꿈꾸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의학이 발전하고 많은 제약회사들의 신약 개발 덕분에 인류는 정말 다양한 약들을 사용하고 있다. 때론 약을 밥보다 많이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약은 크게 용도에 따라 4종류로 분류되는데, ▲예방 ▲치료 ▲증상완화 ▲진단목적 등으로 분류될 것 같다. 어떤 약은 꼭 필요하고 어떤 약은 막연한 위험성의 예방을 위해, 또는 불필요하게 복용하기도 한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2014년 PLOS에 발표한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2010~2011년에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성인인구의 약 83%는 하루에 6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약 45% 이상의 노령인구에서 하루 10개 이상의 약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Palliative Medicine 펠로우십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은 딸꾹질 때문에 환자를 입원시켜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웬 딸꾹질 가지고 병원에 입원씩이나? 딸꾹질 하면 흔히 “뭔가 훔쳐먹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흔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증상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일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딸꾹질이 암환자 분들에게는 정말 대수였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딸꾹질이라 하면 횡격막이 강하게 불수의적으로 수축하고 성문이 갑자기 닫히면서 강하게 들이마신 공기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생리현상이라 정의한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저절로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매우 불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한국의 한 장기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선생님께 메일 한통을 받았다. 요양병원에 많은 노인들이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이 강한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처방을 해도 다른 직원들로부터 저항이 많고, 때론 “생리 식염수만 주사하고 모르핀이라고 하면 환자가 괜찮아 질 것이다”라고 주장해 윤리적인 마찰이 생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Placebo effect(위약효과)는 위약에 대해 주관적 또는 객관적인 효능을 측정할 수 있거나 느낄 수 있는 정도의 효과를 보일 때로 정의한다. 이런 위약 효과는 환자의 내재적 요소 또는 의료인에 의한 경험 등에 의한 기대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반면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한국의 모 대학에서 초청강연 제의가 와서 수락했다. 강연 내용은 ‘마약성 진통제의 한계용량은 얼마인가?’. 처음엔 조금 난감한 제목이었다. 대부분의 약물은 FDA나 제약회사의 설명서에서 대략의 일일 권장용량과 일정 이상은 조심하거나 금지 하라는 내용을 반드시 보게 된다. 그런데 마약성 진통제의 처방 설명서 등을 보면 어디에도 일일 한계용량을 표시하지 않는다. 처음 약물치료의 권장 초기용량은 있는데 권고 한계치가 없다. 매일 많은 양의 진통제를 처방하면서도 나조차 물어보지 못한 어려운 질문이었다. 과연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용량이 마약성 진통제의 최대용이라 할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상 일일 최대 용량은 Hydromorphone IV PCA 38mg/hr일 것이다. 이는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얼마 전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어떻게 군대까지 면제 받을 정도로 심한 두드러기와 가려움이 있는데 이듬해 사법고시에 합격할 수 있느냐는 것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조선시대 많은 임금들도 세상을 다 가졌어도 혼자서 극심한 가려움증에 고통 받은 사실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듯 하다. 숙종은 자신의 가려움이 나았음을 기념해 대사면을 실시하기도 하고, 영조는 온양온천의 물을 궁궐까지 길어와 목욕을 했다고 한다. 때론 가려움이 심해 정사를 돌볼 수 없어 신하들에게 일임하기도 할 정도로 괴로운 증상 중의 하나였다. “미치도록 가렵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살 것 같다”라는 우리말 표현을 보아도 가려움증은 참기 힘든 고통의 하나 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이런 가려움은 다른 감각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병원이라는 공간은 한 사람의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다양한 사연과 인간사의 모든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삶의 치열한 공간이다. 그렇다보니 다양한 교육정도, 부의 편차, 인격, 환자와의 개인적 관계의 다양성에 따라 치료의 목적과 방법을 고민하고 이야기 함에 있어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존재하게 된다. 종종 병원의 의료진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다양한 변수에 의해 달라지는 의사소통 또는 의견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의대 재학시절 참 똑똑하고 많은 의학지식을 축적한 친구도 이런 의사소통의 방법을 배우지 못해서 중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했다. 이곳 미국에서도 간혹 의사와 환자간의 의견충돌로 인해 불만이 고발되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얼마전 한 수영국가대표 선수의 약물파동이 한동안 언론의 주목이 됐다. 도핑검사에서 사용된 약물은 우리도 잘아는 88서울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였던 벤존슨이 사용한 약과 동일한 종류라고 한다. 근육주사용 남성호르몬제였다. 육체적으로는 근육량의 유지, 남성적인 신체특징과 관련된 체모, 신체대사질환과 관련되어 있다. 여성이 50대를 전후해서 갑자스런 호르몬 변환와 함께 폐경기를 겪는다면 남성은 이와는 다르게 20대를 전후해서 서서히 Testosterone 호르몬이 0.5~2%씩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남성호르몬은 특정 성호르몬 단백질과 결합된 비활성화(60%) 형태와 알부민(38%) 등과 약하게 결합되거나 또는 자유로이(Free T. 2%) 남성의 몸을 돌아다니며 남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어느 누구에게나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다가오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의 공통점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항상 전제가 된다. 공중 방역을 이야기하면서 일반 대중에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비밀주의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막연한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지 다시금 최근의 메르스 방역대책에서 배웠다. 이렇듯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와 예측 속에서 현명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이성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우리와 미국의 의료 문화에서 큰 차이 중 하나를 꼽으라면 환자 본인에 대한 정보공개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우리의 문화에서 적어도 암과 관련된 진단과 치료에 관해서는 아직도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모호한 법체계와 일관성의 부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유방암을 치료받고 있던 중년의 여성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환자는 뼈에 전이된 암에 의해 유발된 통증으로 일년 전부터 종양내과 의사에게 Oxycodone과 Fentanyl이라는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사용했다고 한다. 처음엔 저용량으로도 잘 조절되던 통증이 조금씩 악화돼 이제는 매우 고용량의 진통제에도 통증이 계속돼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종양내과 의사의 최근 진료기록에는 뼈에 전이됐던 종양의 크기가 항암치료 후 많이 감소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환자는 더 아프다고 호소하니 종양내과 의사입장에서는 언뜻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환자를 위해 최근까지 더욱 용량을 늘려 왔던 것이다. 환자는 처음엔 종양이 전이 됐던 곳만 아팠는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많은 부모들이 태아와의 교감과 인성발달을 위해 태교음악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태아가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조차도 일단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음악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태교음악이 산모와 태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상식이 됐다. 태교음악처럼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 준다거나 지능발달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때론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었던 민주화 운동의 한 복판에는 사람의 심리를 고취시키고, 강한 군중심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음악이 쓰이기도 한다. 집회에 나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음악자체가 주는 강렬한 느낌은 때론 나를 더욱 강하게 집단 속으로 밀어 넣어 주기도 한다. 클럽에서의 음악은 평소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미국 라스베가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인공도시 중 하나일 것이다. 모하비 사막의 한복판에 거대한 카지노 호텔로 가득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상상 하지 못한 곳에 오아시스처럼 태어난 라스베가스는 인간의 모든 탐욕과 욕망을 흡수하는 블랙홀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도박은 철저한 확률게임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일확천금을 벌 수도 있도록 되어 있고, 대부분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게 짜여져 있는 운명 같은 게임이다. 마이크 타이슨과 같은 유명한 권투 선수들은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위해 이곳 라스베가스 특설 링에서 인생을 걸었다. 그리고 주변에 몰려든 많은 도박사들은 대부분 타이슨의 승리를 예상하며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Force Majeure. 영화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불가항력’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이 예측 가능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해도 결과를 막을 수 없을 때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법률용어이다. 그러나 불가항력이라는 말은 결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자주 쓰이기도 한다. 불가항력의 전제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기술이 많이 발달했다 하지만 인간의 생과 사가 걸린 의료현장에서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다반사다. 보호자에게 설명할 때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하곤 한다. “최선을 다했으나 의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결과발생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암 환자와 가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36세 유방암 환자가 어깨와 등쪽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입원했다. 환자의 진료기록에는 여러 차례 응급실에 내원하여 진통제를 처방 받아간 기록이 있었다. 물론 환자가 입원할 때 그에 관한 기록도 포함됐다. 환자 옆에는 어린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표정은 환자와 달리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병실 밖에까지 따라 나온 어머니는 우리에게 부탁인사를 잊지 않았다. 환자가 전에도 응급실에 여러 번 찾아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아 갔는데 의사 선생님 말이 환자가 진통제에 너무 중독돼 버렸다는 것이다. 환자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환자는 우리에게 말하길, 너무 아파서 종양내과 담당의사에게 진통제 처방을 요구했는데 처음엔 조금 주더니 통증이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우리의 문화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는 철저히 금기시돼 있다. 의사국가고시 준비 시에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따로 배울 정도다. Palliative Medicine은 공교롭게도 이런 마약을 주로 취급하는 대표적인 의료분야이다. 암환자의 2/3 이상은 암과 관련된 통증에 시달리고, 강한 Opioid를 처방받아야 겨우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암과 관련된 아주 심한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 강한 신경자극제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심한 악액질과 오심, 구토에 대마와 유사한 알약(Dronabinol)을 시판 허용하고 있다. 또한 암과 관련된 정신적 고통을 덜기 위해 다양한 항우울증제, 진정제 등이 사용된다. 그뿐인가. 아주 극심한, 조절되지 않는 통증과
[청년의사 신문 장영두] 어렸을 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생각하는 벌을 받곤 했다. 이렇게 한두 시간 벌을 서다가 일어서려면 한참 동안이나 걸을 수가 없었다. ‘다리가 저리다’라는 표현이 이때 어울릴 것이다. 땅을 딛고 걸어도 얼마나 다리에 힘이 가는지 분간하기 힘들 만큼 이상하고 불쾌한 기분은 1~2시간 지속되곤 했다. 이런 이상한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은 정말로 내 몸의 일부가 더 이상 아닌 듯 내 마음대로 조절하기 힘든 상태가 되곤 했다. 이럴 때 누군가 저린 다리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정말 심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일시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이런 사지의 저림을 경험한 것이 내겐 고작이다. 하지만 만약 이런 심한 저림 현상이나 전기가 흐르는 듯한 불쾌하고 힘든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