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 연구진 “백신 개발 통한 유행 차단 당장 어려워…최선은 바이러스 노출 최소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생산지수(reproductive number, R0)를 고려했을 때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 획득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남시의료원 공공보건의료사업실 김종명 실장과 가정의학과 이승화 과장(대한가정의학회 학술위원 겸 중국의사협회지 편집위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유행의 대응과 치료’ 논문을 대한가정의학회지(KJFP)에 게재했다.

(왼쪽부터)성남시의료원 김종명 공공보건의료사업장, 가정의학과 이승화 과장

연구진은 “현재 코로나 R0는 연구마다 다양하지만 통상적으로 2~4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이는 전염력이 극도로 높은 홍역(12~18)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유행하는 독감의 R0가 1.0~1.2인데 반해 2~4배 가량 높은 수치로, 상당히 높은 전염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병원체에 의해 지역사회에 감염증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선 결국은 R0값이 1 이하로 낮아져야 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전파를 막기 위해서 필요한 집단면역율(herd immunity rate)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 “홍역의 경우 전체 집단의 면역력이 91.6~94.4% 정도 필요하며, 코로나19는 50~75%의 집단 면역력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했을 때 코로나19 백신은 최소 50~75%의 항체 생성률이 요구되며,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 획득에 대한 시도는 최소 전인구 집단의 반수 이상이 감염돼야 하기에 코로나19 치명률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위험하다는 게 연구진의 생각이다.

연구진은 “실제로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시도했던 집단면역 획득에 대한 시도는 실패했다”면서 “이들 국가들은 현재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방역을 유지하며 확산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의 임상적 특성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국내 감염 사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평균 잠복기는 약 4.1일로 확인됐으며, 중국의 연구에서는 평균 잠복기는 약 5.2일로 보고됐다”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한 저자들의 임상 경험으로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감염원에 노출된 후 약 5일 이내에 증상이 발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 잠복기는 연구마다 다양하나 최대 14일(2주)까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접촉자들의 격리해제 기간이 적용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증상이 발생한 후부터 바이러스 배출이 음전 되기까지는 약 20일 정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증상은 비특이적이며, 증상발현은 무증상부터 심한 폐렴과 사망까지 다양하다”면서 “가장 주된 증상은 발열(fever)이며, 호흡기 증상으로는 객담을 동반하지 않은 기침(nonproductive cough)을 주로 동반한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초기 확진 환자 28명을 분석한 결과, 열감(32.1%), 인후통(32.1%), 기침 또는 가래(17.9%), 오한(17.9%), 근육통(14.3%)이었고, 무증상도 3명(10.7%)이었다”면서 “더욱이 경증의 경우 인후이물감(foreign body sensation on throat), 인후통(sore throat)을 포함한 인후 증상이 비교적 흔했으며, 후각소실(anosmia)과 미각소실(ageusia)도 종종 동반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비루, 비충혈 등의 비증상도 동반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중증의 경우에는 호흡곤란이 동반될 수 있다”면서 “질환특이적(pathognomonic sign)이지는 않지만, 임상의들이 염두에 둘만한 점은 코로나19 환자 중 상당수가 설사, 오심, 복통 등의 위장관 증상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증 때와 유사한 양상이며, 이를 일반화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코로나19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만한 예방백신이나 검증된 약물은 없다”면서 “WHO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략 ‘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발표했는데, 일반적인 백신 개발 기간이 2~5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백신 개발로 유행을 차단하기를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 “신종플루와 달리 코로나19는 변이가 자주 발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특성상 백신 개발 자체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치료약물의 검증과 개발도 서두르고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이 요구되기에 현재의 대유행을 즉시 막는데 기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에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현 시점의 최선의 방법은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바이러스의 전파는 환자가 배출한 비말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이나 물건에 접촉한 손 등이 점막을 통해 침투함으로써 이뤄진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이 손 씻기와 기침 예절 같은 개인 위생법을 정확히 알고 실천해야 하며,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방역에 대해서도 “환자 발생을 조기에 발견해 격리·치료를 시행하고,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확인해 자가격리 등을 통해 발병을 감시하고 전파를 차단해야 하며 오염된 환경을 소득하고 방역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와 의료진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며, 국가적인 방역과 함께 지역사회의 확산 방지와 해외로부터의 유입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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