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 위험 밝혀지며 미국과 한국 보건당국 자진철수 권고…에자이·일동 '울상'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십수년 만에 새로운 비만치료제로 주목 받은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이 개발 8년 만에 시장에서 불명예 퇴장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4일 '벨빅'과 '벨빅엑스알' 2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 계획을 알리고, 의약전문가에게 처방·조제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식약처는 올해 1월 16일 안전성 서한을 통해 해당 품목의 암 발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안전성 서한에 이어 미국 FDA의 정보 사항과 조치 내용에 따라 결정됐다.

미국 FDA는 13일(현지시간) 제조사 에자이에 '벨빅'과 '벨빅엑스알'의 자진철수를 요청했다. 미국 FDA가 '로카세린' 성분의 심혈관 연구(CVOT)를 평가하던 중 위약 대비 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5년간 약 1만2,000명의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로카세린'의 심혈관 안전성을 연구한 임상시험에서 원발암 진단율이 로카세린 투여군은 7.7%(462/5995명), 위약군은 7.1%(423/5,992명)로 나타났으며, 로카세린 투여군에서 췌장암, 대장암, 폐암 등 일부 암 종류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미국 FDA는 "로카세린 치료 기간이 증가할수록 위약 대비 암 발생률의 차이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도 "해당 의약품의 위해성이 유익성을 상회하는 것으로 판단돼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를 결정했다"며 "해당 의약품이 병·의원, 약국에서 처방·조제되지 않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했으며 마약류취급자 약 5만여명에 문자메시지로 관련 정보를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의약전문가에게는 '벨빅' 및 '벨빅엑스알'의 처방·조제를 중단하고 암 발생 위험과 복용 중지에 대해 환자에게 안내할 것과, 현재 해당 품목을 처방받은 환자에게는 복용을 중단하고 의약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국내에서 '벨빅' 및 '벨빅엑스알'을 판매 중인 일동제약은 식약처 발표에 따라 곧바로 회수·폐기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미국 FDA 결정 이후 벨빅의 영업·마케팅 활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에자이 역시 미국시장에서 '벨빅' 및 '벨빅엑스알'을 자진 철수한다고 밝혔다.

일동제약과 에자이는 아레나 파마슈티컬스(Arena Pharmaceuticals)로부터 '벨빅'의 판권을 인수했다.

일동제약이 먼저 아레나와 국내 판매계약을 맺고 2015년 '벨빅'을 들여왔으며, 에자이는 2016년 12월 아레나로부터 '벨빅'의 모든 권리를 완전 인수하며 일동제약과의 계약도 승계 받았다.

결과적으로 에자이는 '벨빅' 인수 3년 만에 그간의 투자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를 맞았으며, 일동제약 역시 5년간의 판매를 끝으로 90억 상당의 연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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