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무증상 감염기 전파력 주목…잠복기(Incubation)와 잠재기(Latent) 달라

보건 당국조차 ‘잠복기’ 관련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아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지난 2일 오후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무증상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증상 환자와 잠복기는 구분해야 한다. 잠복기 상태에서 감염되고 있는 게 아니라 잠복기에서 증상, 발현이 되는 환자로 넘어가는 초기 단계에 무증상 상태가 있다고 본다”며 “무증상 잠복기에서 증상 발현기로 갈 때 초기 단계에 무증상이 있지 않은가 본다. 잠복기 상태에서 감염된다는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잠복기에는 감염되지 않지만 ‘무증상 잠복기’에는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애매한 설명이다.

이는 용어 사용에서 온 혼선이다. ‘인큐베이션 피리어드(Incubation period)’와 ‘레이턴트 피리어드(Latent period)’를 구분하지 않고 ‘잠복기’로만 표현한 것이다.

인큐베이션 피리어드(Incubation period)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순간부터 발열, 인후통 등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로, 한국어로는 ‘잠복기’라고 한다. 감염된 이후 전염력이 생길 때까지인 레이턴트 피리어드(Latent period)는 ‘잠재기’로 구분된다.

출처: 네이처(nature) 게재 논문 'Quantitative impacts of incubation phase transmission of foot-and-mouth disease virus'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전염력이 생겼다고 해서 임상적인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전염력이 생긴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를 ‘서브클리니컬 인펙셔스 피리어드(Subclinical infectious period)’, 즉 무증상 감염기라고 한다.

기존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인 잠복기(Incubation period)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잠복기(Incubation period)와 잠재기(Latent period)를 구분하지 않고 통상 ‘잠복기’라고 표현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증상이 없는데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무증상 감염기의 전파력이 주목 받고 있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잠복기 감염에 관해 박 장관이 온 국민을 헛갈리게 하고 있다. 틀린 설명일 뿐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혹시라도 학문 분야에 따라 개념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학계의 용어 차이일 뿐 더 중요한 것은 ‘방역’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학문적으로 세세한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 무증상 감염이든 잠복기 감염이든 큰 차이가 없다”며 “방역 입장에서는 국민에게 증상이 없을 때 남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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