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헬스케어 기업 참가 급증…국내선 의료법상 제한 많아 확장성에 한계

[라스베이거스=정새임 기자]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이 나흘간의 일정을 끝내고 10일(현지 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 CES에서는 특히 헬스케어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내 많은 헬스케어 기업들도 CES에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뽐냈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 탓에 적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CES 샌즈 엑스포 홀에는 국내외 다양한 헬스케어 기업의 전시부스가 마련됐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CES 2020 5대 키워드에 '디지털 치료(Digital Therapeutics)'가 포함되면서 올해 헬스케어 분야 참가 업체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헬스케어 기업이 CES에 참가하는 것은 다소 생소했으나 이제는 작은 스타트업 벤처부터 대기업까지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참가해 디지털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기술을 전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실제 CES 2020 행사장 중 신기술을 전시하는 샌즈 엑스포 홀에서는 수면 테크·운동 검사 등 웰니스 분야부터 진단·치료 등 의료의 영역까지 다양한 헬스케어 업체의 전시 부스를 만나볼 수 있었다. 유레카파크 내 한국관에는 67개 국내 기업의 부스가 마련돼 있는데, 그중 24곳이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었다.

CES 혁신상 수상 제품들을 전시한 혁신상 쇼케이스관

국내 기업들의 혁신상 수상도 눈에 띄게 늘었다.

샌즈 엑스포 홀에 마련된 혁신상 쇼케이스관에서는 세계 최초 낙상 예방 기능을 추가한 웰트의 '스마트 벨트 Pro', 뇌졸중 환자의 하지 재활을 돕는 네오펙트의 '스마트 밸런스', 복부에 갖다 대면 몇 초 만에 지방을 측정하는 올리브헬스케어의 '벨로', 전기자극으로 근육을 강화시켜 재활이 필요한 사용자가 스스로 근골격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엑소시스템즈의 '엑소리햅', 베개에 내장된 에어백이 사용자의 머리 위치와 코골이를 감지해 알아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수면에 도움을 주는 텐마인즈의 '모션필로우2', 바이오-플라스마와 플라스마 메디컬 기술을 적용해 박테리아를 살균, 신체 악취를 관리하도록 돕는 한양대 산학협력단의 '프래그런트' 등 국내 헬스케어 기업 제품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원격 진료나 의료 데이터 이동 등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까닭에 국내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이 '의료'로 확장되지 못하고 대부분 웰니스에 한정되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CES 혁신상 쇼케이스관 곳곳에 국내 기업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대표적으로 네오펙트의 스마트 재활 기기는 미국에서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개인이 직접 구매해 집에서 셀프 재활을 할 수 있다. 집에서 실시한 훈련에 따른 재활 경과를 주치의와 공유하고, 화상 채팅으로 원격 진료도 가능해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불가능해 B2B 판매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북미 시장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 사외 벤처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출신 피트(FITT)의 홍석재 대표는 간단한 혈액 검사로도 초당 젖산 생성률을 계산해 젖산 역치 지점을 분석, 개인에게 적합한 운동법을 더욱 정교하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생각했지만,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의 혈액 검사는 불가능해 아쉬움을 전했다.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개인에게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인 메드완드 솔루션(MedWand SOLUTIONS)은 집에서 셀프로 심전도(EKG), 심박수, 호흡수 등을 체크해 의사에게 전송하고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홈케어 의료기기 '메드완드(MedWand)'로 이번 CES에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쓰일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디지털을 적용한 원격 진단 및 치료,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맞춤형 의료가 세계적 흐름인 만큼 이를 거부하는 것은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메드완드 솔루션 관계자는 "한국에서 현재 원격의료가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원격의료는 세계적 추세"라며 "한국도 곧 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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