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심(新藥醫心)-SGLT-2억제제②]'SGLT-2억제제+DPP4-D억제제', 기전적 시너지 기대
전문가들 "글루카곤 낮추는 GLP-1유사체와 이상적" 한목소리…급여 제한 한계

의약품은 잘 짜여진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유효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허가가 이뤄지고, 이를 근거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처방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선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연구결과와는 다른 결과들이 나오기도 한다. 때문에 최근 ‘실제 임상에서의 처방 결과’(real world data)를 중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문가들에게 신약 등이 실제 국내 환자들에게 어떻게 쓰이고, 어떤 결과들이 있었는지를 듣고자 신약의심(新藥醫心)이란 코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최근 SGLT-2 억제제의 쓰임새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에 있어 혈당 강하 효과뿐 아니라 심혈관 및 신장에 다양한 혜택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당뇨병 치료제가 아닌 심부전이나 신장 치료제로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족부 절단, 회음부 괴사 등 안전성 이슈와 일부 급여 제한 등의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김성래 교수, 세종병원 김종화 과장,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이우제 교수 등 당뇨병(내분비내과) 전문가들에게 SGLT-2 억제제의 임상적 가치와 실제 처방 경험 등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그 두번째 시간에는 SGLT-2 억제제의 병용 효과와 최적의 조합에 대해 들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부천성모병원 김성래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우제 교수, 강북삼성병원 박철영 교수, 세종병원 김종화 과장

Q. 이러한 SGLT-2억제제의 효과를 제품 간 계열 효과로 인정해도 될까요?

김성래 교수: 약제의 계열효과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구조식이 어떨 것이냐'이다. 구조식이 흡사한 약제들은 나타나는 효과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구조식 자체가 일부만 공통적이고 나머지 상당 부분이 다르면 (효과, 안전성 등의)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같은 TZD 계열이라 하더라도 피오글리타존과 로시글리타존은 상당히 다른 구조식을 가지고 있다. 설포닐우레아(SU) 계열도 약제별로 구조식이 다르다. 때문에 결과도 다를 가능성이 높다. 반면 SGLT-2억제제나 DPP-4억제제는 (구조식이) 공통된 부분이 더 많다. 때문에 약제마다 (효과에 대한) 결과가 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들도 거의 비슷하다. EMPA-REG 연구에서 엠파글리플로진이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심혈관사건(MACE)을 줄여줬다고 하는 반면, DECLARE 연구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은 그렇지 못했다고 해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건수와 신뢰구간을 보면 EMPA-REG는 아슬아슬하게 달성했고 DECLARE는 아슬아슬하게 달성을 못한 정도의 차이다. 때문에 향후 발표될 연구에선 SGLT-2억제제가 계열효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카나글리플로진의 족부절단 이슈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이우제 교수: 카나글리플로진 이후 연구들에선 족부 절단 이슈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 연구들에선 이전에 절단 병력이 있거나 말초혈관질환이 등 위험요인을 가진 환자를 배제하고 진행했기 때문에 (족부 절단 이슈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카나글리플로진 연구인 CANVAS 임상 내 두 가지 연구를 따로 분석해본 결과, 하나의 연구에서는 족부절단율이 높게 나오고 한쪽은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우연에 의한 결과가 아니었을까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최근 카나글리플로진의 신장 연구인 CREDENCE 연구 결과도 발표됐는데, 거기서도 족부절단 위험이 높게 나오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연에 의한 발견일수도 있고, 이후 진행한 연구들이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를 배제하고 진행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SGLT-2억제제들은 족부절단 이슈가 안 나왔기 때문에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예전에 온글라이자가 심부전 위험이 높게 나온 이유를 여전히 잘 모르듯, 이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있다.

김종화 과장: (CANVAS)임상시험 등록 환자에게 모든 검사를 다 하지 않기 때문에, 말초혈관질환이 있는 환자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추후 병력이나 진단명으로 말초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만 따로 분석해 보니 족부절단 사건 발생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때문에 말초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족부절단 위험이 높을 가능성은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카나글리플로진이 다른 약제에 비해 위험이 높다면 CANVAS 연구 등록 환자보다 상태가 좋지 않은 CREDENCE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어야 한다.

만일 CREDENCE 연구에서도 족부절단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면 카나글리플로진이 확실히 (족부 절단 발생) 위험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족부절단 발생의 위험도를 증가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연구에서는 나타나고 어떤 연구에서는 나타나지 않아 우연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다. 임상연구 결과가 나오면 해석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상반응인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박철영 교수: 결과적으로 이런 우려들을 구명해나가는 과정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카나글리플로진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숨기고 싶은 (부정적) 데이터일텐데도 공개되고 실제 문제가 있는 것인지 밝히는 과정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좋은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부트라민이다.

시부트라민과 관련된 그 어떤 연구에도 발작, 심장마비, 뇌졸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과는 없었다. 그런데 미국 FDA와 유럽 EMA에 사건 등록 건수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여기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하도록 권고되었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김종화 과장: 라니티딘 사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장기 복용하는 약제는 효능도 중요하지만 안전성 입증도 굉장히 중요하다. SGLT-2억제제 계열 효과 이슈는 제일 마지막에 개발된 얼투글리플로진의 VERTIS 연구 결과가 EMPA-REG 연구 결과와 비슷하면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결과가 상이하다면 논란은 재점화될 것이다.

김성래 교수: 개인적으로 에르투글리플로진은 '밑져야 본전'이 아닌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데이터가 잘나오겠지 예상했는데 혹시라고 못 나오면 '이 약이 뭐가 문제인가'로 집중될 것이고, 데이터가 잘 나오면 계열 효과로 묻힐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후발주자의 단점이기도 하다.

Q. SGLT-2억제제와 최상의 조합을 보이는 약제는 무엇인가요.

김성래 교수: SGLT-2억제제가 장점이 많은 약이라면, DPP-4억제제는 단점이 없는 약이라고 할 수 있다. DPP-4억제제는 딱히 단점이 없지만 혈당 강하 효과가 유독 뛰어나다거나 심혈관 개선 효과가 있진 않다. 무난한 약이란 표현이 딱이다. 워낙 '무색무취'한 약이다 보니 어떤 환자에게 주의하라고 따로 규정할 필요도 없다. 때문에 SGLT-2억제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 추가적인 혈당 강하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기전적으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조합이다.

개인적으로는 TZD와 SGLT-2억제제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싶다. TZD를 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체중 증가를 SGLT-2억제제가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보험급여만 된다면 'GLP-1유사체 + SGLT-2억제제 + TZD' 조합이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김종화 과장: 개인적으로 '메트포르민 + SGLT-2억제제 + TZD' 조합과 '메트포르민 + SGLT-2억제제 + GLP-1유사체' 조합을 비교해보고 싶다.

이우제 교수: SGLT-2억제제와 어울리는 조합으로 GLP-1 유사체를 꼽고 싶다. 서로 다른 기전으로 상호보완적인 혈당 강화 효과를 내며, 둘 다 심혈관 보호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SGLT-2억제제는 심부전을 개선하는 작용을 하고, GLP-1유사체는 심혈관 보호 효과를 낸다. 또 공통적으로 콩팥을 보호하고 단백뇨를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고, 저혈당 발생이 적으며 체중을 감소시킨다.

여기에 SGLT-2억제제가 글루카곤을 다소 높여서 우리가 원치 않는 몇몇 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GLP-1유사체는 글루카곤을 낮추는 작용을 해 두 약제의 조합이 좋다고 생각한다. (두 약제에 대한) 보험급여만 된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조합이다.

박철영 교수: SGLT-2억제제는 기존 당뇨병 약제와 기전적으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떤 약제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떤 약제와도 어울리는 작용기전을 가진 것이다. 현재 두 약제간의 적응증이 없어 현재는 사용이 어렵지만 기전적으로 보면 GLP-1 유사체와 잘 어울리는 약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루리시티의 AWARD-10 연구 결과를 보면 두 약제간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향후 두 약제 조합으로 한 치료가 비용적인 부분만 개선되면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종화 과장: SGLT-2억제제와 GLP-1 조합은 아직 국내 진료지침에도 반영돼 있지 않다. 최근 개정 시 해당 조합을 넣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아직 연구결과들이 많지 않아 다음 번 개정에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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