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교수, "레파타 FOURIER 연구, 낮은 LDL-C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 제시"

PCSK9억제제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심혈관 사건 및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하며,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권고되고 있는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이하 LDL-C) 강하제다.

하지만 아시아인에게서 적정하고 안전한 LDL-C 하한선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의료계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고가인 PCSK9억제제가 대부분의 환자에서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국내 환자 사용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 FOURIER 연구의 한국 임상책임자(PI)로서 국내에서 PCSK9억제제 치료 경험이 풍부한 연세의대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현 용인세브란스병원장)를 만나 FOURIER 아시아인 하위분석 연구의 주요 결과와 임상적 의의, 국내 심혈관질환 환자의 재발 방지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국제학술대회(ICoLA 2019)에서 FOURIER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가 임상 현장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연세의대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

FOURIER는 PCSK9 억제제인 '레파타'의 임상적 의의를 전 세계 환자를 대상으로 밝혀낸 임상 연구다. '레파타'는 FOURIER 임상 프로그램을 통해 LDL-C 강하 및 그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FOURIER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한국 및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약 2,700명(10%)이며, 특히 아시아 지역 중 우리나라에서 이 임상이 주도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 ICoLA에서 발표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인은 비아시아인과 비교해 이상지질혈증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으며, 치료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같은 약제를 사용하더라도 아시아인의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FOURIER 참여 환자를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으로 구분해, '레파타' 치료 시 아시아인에서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비아시아인 대비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결과, 이전까지의 인식이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아시아인에게 나타난 '레파타'의 효과는 비아시아인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상반응 역시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FOURIER 아시아인 하위분석 연구는 국내 의료 전문가들이 '레파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우려를 완전히 없애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 개정된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목표 LDL-C 수치를 55mg/dL로 낮췄으며, 두 번째 심혈관 사건을 경험한 환자의 경우 목표를 40mg/dL 미만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현재까지 국내외 의료계에서 합의를 이루고 있는 적정 LDL-C 수치는 어떠한가.

FOURIER 임상 프로그램 등 PCSK9억제제 관련 연구가 발표되기 전에는 LDL-C를 일정 이상 낮출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없었고, 따라서 낮은 LDL-C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아 '하한선'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실제 개인적으로 환자의 LDL-C 수치가 40~50mg/dL까지 낮아지면 약제 용량을 줄일지 고민하곤 했으며, 줄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FOURIER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는 LDL-C가 30mg/dL 이하로 낮아져도 걱정하지 않게 됐다.

FOURIER 임상은 낮은 LDL-C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FOURIER 참여 환자의 LDL-C 중앙값은 30mg/dL이었으며, 중앙값이기 때문에 그보다 더 낮아진 환자도 존재했다. 심혈관질환 경험 환자들의 LDL-C 수치가 굉장히 낮게 유지되면서 심혈관질환이 재발할 위험도 감소됐다. 한편 이상반응은 위약을 투여한 환자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심혈관질환 경험 환자의 경우 LDL-C를 30mg/dL까지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며 안전한 치료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FOURIER 이후 발표된 PCSK9억제제들의 다른 연구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른 목표 LDL-C 수치가 더 낮게 권고되는 것이다.

'레파타'의 FOURIER 연구 등 PCSK9억제제 관련 임상연구는 전세계 수만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치료군과 위약군을 무작위로 배정해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확실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들이다. 때문에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곧바로 치료 가이드라인에 반영됐다. 이는 곧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의 진료 행태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세의대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PCSK9억제제 처방 경험이 많이 누적돼 있지 않다. FOURIER 임상의 국내 연구책임자로서 실제 경험한 '레파타'의 치료 효과와 환자들의 반응을 비교하면.

실제로 '레파타'를 투여했을 때 LDL-C 수치가 압도적으로 떨어졌다. '스타틴'을 최대 내약 용량으로 사용해도 LDL-C가 조절되지 않았던 환자들도 '레파타'를 추가로 사용하면 LDL-C 수치가 드라마틱하게 낮아졌다.

부작용이 매우 적은 점도 인상적이다. 연구 결과 '레파타' 치료군과 위약군 간 이상반응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레파타' 주사 부위에 가려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을 뿐이었다.

기존 약제와 달리 '레파타'는 주사제이지만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만 투여하고 약의 용량도 많지 않아 환자들이 편안하게 생각했다. 주사제라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평을 하거나,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레파타' 등 PCSK9억제제는 심혈관질환 예방뿐 아니라 다양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어떤 환자들에게 '레파타' 치료가 필요한가.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 기존 약제로 조절하기 굉장히 어려웠고, 환자 수가 매우 적은 극희귀질환이었기 때문에 급여가 빠르게 진행돼 적용받고 있다.

그 다음으로 어떤 환자가 '레파타'라는 약제를 통해 비용 대비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심혈관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 특히 ACS 등 심혈관질환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초고위험군 환자에게 '레파타'가 비용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 환자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레파타'를 쓰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해당 적응증에 대해서는 보다 신속한 급여가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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