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받은 후 장기기증희망등록…뇌사 빠지자 간 재기증 결정

뇌사에 빠진 60대 남성이 6년 전 이식받은 간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식받은 간도 뇌사자의 것이었다.

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40대부터 간염으로 고생하던 이건창 씨는 2012년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까지 갔지만 2013년 9월 뇌사자가 기증한 간을 이식 받아 새 삶을 살 수 있었다.

이식 받은 간을 재기증하고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이건창 씨(사진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건강을 되찾은 이 씨는 이듬해인 2014년 수술을 받았던 병원을 찾아 “생명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며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올해 들어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7월부터 혈액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4일도 이 씨는 혈액 투석을 받았다. 그날따라 집으로 돌아와서도 힘들어 하던 이 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119구급대에 의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 씨는 결국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은 평소에도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말해 온 이 씨의 뜻에 따라 기증을 결정했다. 이 씨는 지난 1일 간을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씨의 아내는 “6년 전 이식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에 간절히 기도하던 순간을 겪어보았기에 누군가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장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는 것이다. 남편에게 간을 기증해준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받으실 분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57년 서울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이 씨는 음악을 좋아해 레코드 판 모으기가 취미였다. 가족은 그를 늘 따뜻한 아버지로 기억했다.

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기증은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주는 것이기에, 나 또한 받을 수도 있는 소중한 나눔”이라며 “기증 문화 확산을 통해 하루에 5.2명씩 이식을 기다리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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