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의약품 지정에도 사용 환자는 0건, 규제 및 제반시설 인증 등 해결과제 산적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까지 거론되며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CAR-T 치료제 '킴리아', 국내에서 지난 3월 희귀의약품으로까지 지정을 받았지만 실제로 적용된 환자는 전무하다. 그 이유는 뭘까.

노바티스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는 2017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 받은 혈액암 치료제로, 이후 유럽과 일본에서도 승인되어 사용 중인 최초의 CAR-T 치료제다.

CAR-T 세포는 표적 세포의 특징적인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T세포 표면에 삽입한 치료제로, 그간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혈액암 등에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이며 주목 받고 있다.

'킴리아' 역시 25세 이하 소아청소년 및 성인의 재발성 혹은 난치성 B세포 유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치료에 약 83%에 달하는 관해율을 달성하는 등 획기적인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CAR-T 국내 승인 부탁드립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해당 게시글은 청원마감 하루 전인 28일까지 보건복지 분야 3위에 랭킹되며, 약 1만5,000명 가까운 동의를 이끌어냈다.

청원 작성자는 B세포 유래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30대 여성 환자의 보호자로, 환자는 발병 4년차에 2번의 이식수술에도 재발했으며 표적항암제까지 전부 내성이 생겨 치료 실패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치료가능성이 전무한 환자가 CAR-T 치료를 받으면 80% 이상 완치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도 이미 치료가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어째서 이토록 승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냐"고 물으며 CAR-T 치료제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에 대한 업계의 관심과 환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식약처는 "지난 3월 킴리아를 희귀의약품에 지정하는 등 제약사의 허가 신청이 있기 전까지 식약처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답변을 내놓았고, 노바티스도 "신속한 진행을 위해 식약처와 긴밀하게 협조 중에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킴리아'의 허가 절차 단축을 위해 '희귀의약품 지정'뿐 아니라, 허가 심사 시 참고할 수 있는 '킴리아의 국외 허가 심사 자료집'도 발간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첨단바이오제품과는 지난 7월 31일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국외 허가 심사 자료집(품질 및 비임상)'을 발간하며, 관련 분야 연구개발자들과 심사 관련 종사자에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식약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킴리아'가 국내에서 사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CAR-T 세포 치료는 통상적으로 암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해 CAR을 코딩하는 유전자 전달 벡터를 T세포 내에 투여한 후, 암환자에 되돌려주는 과정을 거친다.

'킴리아' 역시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제조되고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환자의 T세포를 미국에 소재한 노바티스의 제조시설에 보내고, 미국에서 제조한 완제품을 다시 국내에 반입하는 데 있어 정부와 조율해야 하는 규제상의 문제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제반시설을 갖춘 병원의 인증 및 의료진 교육, 운송 시스템의 구비 등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혈액이나 세포의 해외 반출 문제는 물론이고 해외로부터 반입되는 의약품의 경우 국내에서 품질검사가 다시 한번 이뤄지게 되는데, '킴리아'는 이미 완제품으로 제조돼 액화질소를 통해 동결보존된 상태로 반입되며 이를 해동함과 동시에 치료가 진행돼야 해서 사실상 품질검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제반시설을 갖추고 있는 노바티스가 인증한 병원과 교육 받은 의료진만이 해당 치료를 진행할 수 있으며, T세포의 반출·반입이 모두 액화질소를 통한 동결 보존을 유지해야 하는 탓에 운송시스템 역시 구비돼야 한다.

'킴리아'가 현재 국내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어도,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사실상 전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국내에서도 CAR-T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녹십자셀, 앱클론, 큐로셀, 툴젠, 유틸렉스 등 다수 바이오기업이 이미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CAR-T 치료에 맞는 연구 및 치료, 규제 환경을 시급히 조성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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