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 “가입자 설득 힘들었다…수가협상 정치적 이용 안돼”

2020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은 많은 기록을 경신했다. 법적 협상 기한 마지막 날인 5월 31일을 넘겨 이튿날 오전 8시 30분까지 17시간이 넘는, 최장 시간 협상이 진행됐다. 또 수가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이는 추가소요재정 증액에 부정적인 가입자단체 측과 관련돼 있다. 가입자단체로 구성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을 우려해 추가소요재정을 너무 적게 책정하면서 1일 오전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이다.

공단 수가협상단은 수가 협상 마지막 날 가입자단체를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가장 늦게 끝난 협상이 됐지만 5,000억원대이던 추가소요재정은 1조478억원으로 증액됐다(관련 기사: [초점]가입자단체와의 ‘싸움’이었던 올해 수가협상).

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공급자단체와의 협상을 잠시 중단한 채 1일 오전 5시까지 재정운영소위 설득에 집중했던 이유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수가 협상 결과가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지난 5일 강원도 원주시 공단 본부에서 만난 강 이사는 이번 수가 협상에서 가입자와 공급자단체 간 시각차를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입자와 공급자단체를 오가며 간극을 줄이는데 걸린 시간이 ‘17시간 30분’인 셈이다.

강 이사는 이번 수가협상을 통해 가입자와 공급자단체 모두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급자단체들이 수가협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5일 강원도 원주 공단 본부에서 청년의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2020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의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 이번 수가협상이 가장 늦게 끝난 협상으로 기록됐다.

양면협상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간 시각차를 실감했고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원하는 가입자의 요구가 있었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해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수치로 결정했다(추가소요재정은 1조원을 넘겼지만 평균 수가인상률은 2.29%로 2019년도보다 0.08%p 낮았다).

무엇보다 가입자단체의 벽을 깨는 게 힘들었다.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수가 인상에 추가로 재정을 투입하기 싫어해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

또한 공급자 측은 기대치가 있었으므로 상호 간 큰 시각차가 있어 해당 부분 조율을 위한 장기간 협상이 불가피했다.

여러 차례 회의가 이어지며 밤을 새는 등 장기협상 국면으로 들어섰으나 최종적으로 상호 간 간극을 좁히고 공급자의 지속적 협조를 담보하는 수준에서 공급자 단체들과 협상을 마무리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 5월 29일 대한병원협회와 2차 수가협상을 시작하면서 이례적으로 사과부터 했다. 재정운영소위가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한 뒤 진행한 협상이기도 했다. 공단 수가협상단장으로서 파격적 행보인데,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공개적으로 이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단은 협상에 앞서 몇 차례 공급자 단체에 근거 중심의 합리적 주장을 요청했으며, 일부 협회는 자료 제출을 통해 수가 인상이 필요한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했다.

이에 5월 23일 열린 2차 재정운영소위가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급자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소명하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상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에서 원활한 협상이 가능할지 우려되는 정도의 수치가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전에 말씀을 드리고 협상을 진행했다.

- 이같은 행보가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가입자가 우려하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불안감에 대해서 일정 부분 공감하나, 보험자의 입장에서 정책 수행자로서의 공급자 역할을 담보하기 위한 부분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협상과정은 국민들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지속가능한 지원을 바탕으로, 공단 역시 보험자로서의 정책수행 역할을 엄중히 수행할 명분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1일 오전 5시까지 재정운영소위와 줄다리기를 이어간 끝에 5,000억원대로 책정됐던 추가소요재정이 최종 1조478억원으로 증액됐다.

가입자들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수행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하다고 동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추진 의지가 있기에 1조원이 넘는 재정을 푼 것이다.

1일 오전 5시까지 가입자 설득에 주력해 확정된 추가소요재정을 갖고 공급자단체를 만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급자단체 설득이 안되더라. 수치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전체 평균 인상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유형별로 보면 적지 않다. 협상이 결렬된 의협도 2.7%에서 2.9%로 올랐다.

- 결국 올해도 밤샘 협상을 피하지 못했다.

협상다운 협상을 위해서는 현행 협상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제도발전협의체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과 논의가 오갔으나, 협상 준비가 임박한 시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다보니 충분한 의견 공유 및 대안 제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협상 기한은 5월 31일까지지만 같은 공간에서 협상이 지속되면 문제없다는 유권해석 때문에 다음 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수가 협상을 시작하기 전 가입자와 공급자단체가 만나 협상 시간제한 등 룰을 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지난해와 달리 수가협상 전 제도발전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등 공단 차원에서도 많은 준비를 했다. 협상에는 어떤 영향일 미쳤는가.

지난해부터 제도발전협의체 운영으로 이해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요양급여비용 계약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등 소통채널을 다양화했다. 또한 환산지수 산출 시 거시지표를 사전 공개하는 등 예측가능성을 제고했다.

또한 협상절차를 예년에 비해 조기에 착수했고, 공급자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적기에 제공하는 등 그동안 ‘깜깜이 협상’이라고 불렸던 협상 방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근거 중심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 이번 협상 과정에서 SGR 모형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공단도 SGR 모형 개선에 공감했다. 향후 계획은?

그동안 수가결정을 위해 다양한 모형들이 논의되고 적용돼 왔다. 현재 SGR 모형은 노인 의료비 증가나 고용창출 효과 등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이며, 의료물가지수인 MEI는 거시지표에 의해 반영되므로 실제로 지출되는 다양한 비용 등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제도발전협의체를 다시 운영하고 산출모형, 협상방식 등 수가협상 개선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202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 용역과제를 공고하면서 요양급여비 계약제 평가와 개선방향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 가입자와 공급자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가협상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에 의거,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재정운영위에서 심의·의결하는 범위에 따라 수가협상을 진행하게 되므로 공단이 임의대로 협상을 이끌 수 없다. 전 유형 계약 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안타깝지만 가입자와 공급자의 시각차가 존재했던 상황에서, 양면 협상을 통해 진전된 수준의 협상 타결을 이뤄낸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가협상은 그해 의료물가지수에 따른 인상분을 정해주는 것으로 정책 배려나 정치적으로 싸우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각 단체들은 수가협상 자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수가협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정치논리로 접근하면 협상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밤을 새우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또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가입자는 적정 부담을, 보험자는 적정 수가를, 공급자는 적정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공단은 보험자로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며, 선순환 구조의 의료제도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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