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적은 추가소요재정에 난감한 공단…강청희 이사, 2차 협상서 이례적으로 고개 숙여
“어떤 역할 해야 할지 난감…31일 재정소위 결과 따라 협상 자체 복지부에 넘길수도”

2020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 결렬 가능성이 공급자단체가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 쪽에서 먼저 나왔다. 공급자단체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 아니다.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드)이 공단의 예상보다도 너무 낮게 책정된 탓이다. 추가소요재정은 가입자단체로 구성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정한다.

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29일 서울 당산 공단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과 2차 협상을 시작하기 전 “사과 말씀드리고 시작하겠다”며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이례적이면서도 파격적인 행보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29일 서울 당산 공단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과 2차 협상을 시작하기 전 “사과 말씀드리고 시작하겠다”며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강 이사는 이어 “그동안 공급자단체에 근거자료를 강조했고 수가 인상에 필요한 원인을 (공단 측에) 전달해줬다. 재정운영소위에서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하는 과정에 충분히 소명했지만 원치 않는 수치가 제시됐다”며 “앞으로 수가협상에서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의 수치가 나왔기에 그 부분에 대해 이해를 먼저 구하고 협상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먼저 말하게 됐다”고 했다.

강 이사는 병협과 2차 협상을 마친 뒤 출입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모든 유형 협상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도 했다. 재정운영소위가 1차로 제시한 추가소요재정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전체 유형 결렬 사태 막으려 노력하겠지만…”

공급자단체들은 1조원을 초과하는 추가소요재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 23일 열린 재정소위에서는 1조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진행된 수가협상 당시 재정소위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추가소요재정은 9.758억원이었다. 공단 측이 ‘난감한 수치’라고 표현할 정도면 전년도 추가소요재정에도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29일 병협과 2차 수가협상을 마친 뒤 출입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수가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 이사는 “재정운영소위에서 가입자 측에 공급자의 얘기를 전달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재정 악화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공단 입장에서는 예상된 적자였고 1,770억원(당기 적자) 정도에 불과했기에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5년 동안 예상할 수 있는 적자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는 이어 “정해진 추가소요재정 안에서 배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유형이 다 만족할만한 수치가 제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랬을 경우 ‘전체 유형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 이사는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가입자들을 설득하겠지만 만약 공급자단체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가 제시된다면 공단 수가협상단이 어떤 협상력을 갖고 임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며 “오는 31일 재정운영소위에서 결정하는 추가소요재정에 따라 공단은 이번 수가협상을 보건복지부로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운영소위는 오는 수가협상 기한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 오후 3차 회의를 열고 최종 추가소요재정을 결정한다.

“적정수가 보장, 적정부담, 적정진료 이뤄져야”

강 이사는 “결과적으로 가입자와 공급자가 합리적인 판단으로 원만한 협상을 할 수 있는 추가소요재정이 제시되지 않아 협상의 여지가 없어진다면 공단은 앞으로 협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강 이사는 “의사 출신으로서 급여상임이사로 공단에 온 가장 큰 이유가 선순환 구조의 의료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였다”며 “적정수가가 보장되고 국민도 적정부담을 하고 환자에게는 적정진료가 이뤄질 때 선순환 구조의 의료제도가 정착되는 것”이라며 “그런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비급여를 급여화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이 방식에 가입자가 재정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공급자들은 이로 인해 이탈한다면 정책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가 협상 이후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모형 개선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강 이사는 “현행 SGR 연구에는 노인 의료비 증가나 노동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 비용은 지출되지만 반영이 안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는 작업은 1~2년 만에 마무리될 게 아니다. SGR 유형 문제점을 분석하고 연구용역을 토해 개선점을 도출한 다음, 공급자와 가입자 간 합의를 거쳐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가 협상 이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팍팍한 정도가 아닌 것 같다” 한숨 내쉬는 공급자단체들

공급자단체들도 일단 난감해하는 공단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협 수가협상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2차 협상 후 기자들과 만나 “공단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렵다는 말을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지는 않았다.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며 “비급여의 급여화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비급여였던 부분이 급여화되면서 진료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비용 지출도 늘었다”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인 김경호 부회장도 이날 2차 협상 후 “공단이 수가 인상률을 제시하지도 못하더라. 수치를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추가소요재정이 적게 나온 것 같다”며 “공급자가 보장성 강화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적정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보장성 강화를 빌미로 수가를 못 주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팍팍한 정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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