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부분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혼합형…이 경우 도네페질 효과 있어"

최근 '도네페질'의 혈관성 치매 적응증이 삭제됐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임상에서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일 도네페질의 임상재평가 결과에 따라 '혈관성 치매' 적응증을 삭제했다.

혈관성 치매 환자에서 효과 재입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웅제약 '아리셉트'를 비롯한 49개사 제품에서 '혈관성 치매(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치매) 증상의 개선' 적응증이 삭제되고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의 치료'만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 적응증 삭제가 국내 1,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도네페질 처방에는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치매 치료 전문가들은 전망이다.

대한치매학회 이찬녕 홍보이사(고대의대 신경과)는 "순수 혈관성 치매 환자의 비중은 10% 정도로 낮으며, 대부분은 '혼합형 치매'다. 이런 환자에게는 도네페질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혈관성 치매 환자에서의 치매 약물 사용은 그리 많지 않아, 이번 도네페질 혈관성 치매 적응증 삭제 조치가 진료 일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찬녕 홍보이사는 "대한치매학회는 근거가 미약한 도네페질의 혈관성 치매 적응증 삭제는 적절하지만, 혼합형 치매와 같이 효과가 있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도네페질은 '비정형/혼합형 알츠하이머형 치매'라는 처방코드가 있어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도네페질 처방이 무리 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도네페질이 혈관성 치매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애초에 부실한 검증 절차로 도네페질의 적응증을 확대 허가해 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오리지널 품목인 '아리셉트'에 대해 '혈관성 치매'에 대한 적응증 확대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에자이는 1996년 미국 FDA로부터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에 아리셉트 허가를 승인 받은 이후 2002년, 2003년 미국과 유럽에서 '혈관성 치매' 치료에 적응증 확대를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 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당시 허가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은 할 수 없지만, 2005년 당시 허가 심사 규정에 맞춰 적응증 확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자이는 국내에서 아리셉트 적응증 확대 허가 당시 혈관성 치매 환자 603명을 대상으로 도네페질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307 연구와 혈관성 치매 환자 616명을 대상으로 도네페질의 효능 및 내약성을 평가한 308 연구 결과를 근거 자료로 제출했으며, 두 연구 모두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10월 Stroke지에 게재된 307 연구(Efficacy and Tolerability of Donepezil in Vascular Dementia) 결과, 연구진들은 "도네페질은 혈관성 치매(VaD)에 효과적이고 잘 견딜 수 있는 치료제이며, 혈관성 치매 상태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2003년 8월 Neurology지에 게재된 308 연구(Donepezil in vascular dementia) 결과, 연구진들은 "도네페질 치료군에서는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과 전반적인 기능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우수한 내약성을 나타냈다"고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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