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잦은 교체 구설수 탈피 시험대…승계 작업도 속도낼 듯

20년 만에 전문경영인 단독 체제를 선언한 동화약품의 행보에 제약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 21일 윤도준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공시했다. 회장직은 유지하지만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뒤로 물러났다.

오너인 윤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대표를 맡아 동화약품을 이끌어 왔다.

이로써 동화약품은 신규 선임된 박기환 전 베링거인겔하임코리아 대표가 홀로 이끌게 된다. 박기환 신임 사장은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MBA 학위 취득 후 일라이 릴리, BMS,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등 주로 다국적 제약사에서 일해 왔다.

동화약품이 과거 전문경영인 단독 체제를 유지한 기간은 1996년부터 약 3년간이다.

1999년 오너 경영인과 전문 경영인으로 구성된 윤길준 부회장(당시 부사장)과 황규언 사장 각자 대표 체제 이후 최근까지 오너 경영인이 대표 자리를 지켰다. 이 과정에서 오너가 윤길준 부회장에서 윤도준 회장으로 승계됐다.

하지만 동화약품에 전문경영인이 자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윤도준 회장이 2008년 조창수 사장을 첫 전문경영인으로 맞이한 이후 11년간 파트너가 7차례나 교체됐다. 조창수 사장이 유일하게 3년을 넘겼을 뿐 대다수는 2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사임했다.

전문경영인들이 한결같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자, 일각에선 윤도준 회장과 전문경영인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동화약품은 윤 회장이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기환 신임 사장과 함께 윤도준 회장의 아들인 오너 4세 윤인호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윤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고 2013년 동화약품에 입사했다. 2016년 전략기획실 이사를 거쳐 입사 후 4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데 이어 올해부턴 등기임원 자리에도 올랐다.

동화약품의 주력 부문인 OTC를 총괄하고 있는 윤 상무는 부친과 공동으로 이사회에 참가하며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상무는 동화약품 지분 0.88%와 더불어 동화약품의 최대주주인 동화지앤피 지분 8.86%를 보유하고 있다.

20년 만에 전문경영인 단독 체제로 전환한 2019년은 공교롭게도 동화약품 성장의 중대한 변곡점이기도 하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2010년부터 8년간은 2,000억원 초반에 내내 머무르며 정체기를 겪었다.

매출 3,000억원 돌파로 외형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기대 이하다. 2018년 영업이익률은 3.65%로 전년 4.21%보다 도리어 줄었기 때문이다.

7년째 5%에 못미치는 낮은 영업이익률은 동화약품의 여전한 고민거리다. 이는 동화약품이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일반의약품(OTC)에 주력하고, 전문의약품(ETC) 판매 대행을 늘리면서 매출원가 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행히 동화약품의 효자 제품, 활명수는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의약품 까스활명수와 의약외품 까스활 등 활명수류의 매출은 2014년 5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2016년 545억원, 2017년 563억원으로 매년 매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423억원으로, 2018년 한 해 매출 역시 전년도를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OTC 대비 ETC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다. 2017년 ETC 사업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겨우 달성한 정도다. 이에 동화약품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6%대를 유지하며 천연물 의약품, 합성 신약 등 꾸준히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리브스메드, 제넥신 등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며 수익 다각화를 꾀하는 중이다.

잦은 대표 교체로 내홍을 겪어온 동화약품이 박 신임 대표 지휘 아래 매출 3,000억대을 유지하며 내실까지 다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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