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대전 시즌2 ③]차세대 장기지속형 기저인슐린 노보노디스크 '트레시바' vs 사노피 '투제오'
트레시바, 투여 연령 및 시간 자유 강점…사노피, 적정기간 내 저혈당 발생 낮아

1950년대 개발된 탈리도마이드가 극악의 약화사고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쓰이고 있는 사례에서 보듯, ‘나쁜 약’은 없다. 과거 저평가됐던 약이 재조명을 받는 경우도 적잖다.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쓰이느냐에 따라 ‘혁신적 신약’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약도 상품이다. 시장에서 경쟁하고, 의사들의 ‘선택’을 기대한다. 이에 본지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약’들을 비교 평가하는 ‘제약대전’을 5년여 만에 부활시켰다. ‘제약대전 시즌2’ 역시 2019년 현재 발표된 연구와 시장 상황, 전문가들의 평가 등을 종합해 ‘청년의사의 눈’으로 평가했다.

제1형 및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치료는 혈당강하 효과가 뛰어난 만큼 저혈당 발생 위험도 높은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제품이 장기지속형 기저인슐린이었다.

장기지속형 기저인슐린은 1일 1회 투여로 24시간 안정적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혈당의 변동폭을 최소화해 기존 인슐린 치료 대비 저혈당 위험을 크게 낮춰 각광을 받고 있고, 현재는 란투스 등이 1세대에 이은 2세대 제제들이 등장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 받아 인슐린 치료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2세대 장기지속형 기저인슐린은 노보 노디스크 '트레시바(인슐린 데글루덱)'와 사노피 '투제오(인슐린 글라진 300U/mL)'다.

트레시바, 전 연령 치료 가능투여시간 및 편의성 우위

트레시바는 만 1세 이상의 소아와 청소년 및 성인 당뇨병 환자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다.

만 1~18세까지 소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으며, 소아 환자군에서 이상반응의 빈도, 종류 및 중증도는 일반적인 당뇨 환자군과 비교해 차이점을 나타내지 않았다.

또한 트레시바는 25시간의 긴 반감기로 인해 하루에 한 번 어느 때나 투여할 수 있는 탄력성을 지녔다(최소 8시간의 투여 간격은 보장).

체내 주사 시 '멀티헥사머'를 형성해 24시간 균일한 혈당강하 작용을 하며, 이를 통해 혈당의 변동폭을 최소화해 기존 기저인슐린 대비 야간 저혈당 위험을 낮췄다.

게다가 '플렉스터치'라는 새로운 디바이스를 적용해 당뇨병 환자들이 좀더 쉽고 편리하게 인슐린 투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새 디바이스는 주사 단위 설정이 쉽고 환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인슐린 양을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주사 시 힘이 적게 들어가고 눈에 띄는 색깔과 카트리지 눈금을 확대해 고령 환자도 사용이 용이하게끔 했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인슐린을 투여하는 환자는 매일 아침에 인슐린을 맞아야 할지, 저녁에 맞아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처방하는 의료진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깜박하고 인슐린 맞는 것을 건너뛰는 경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불편함을 트레시바가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트레시바는 하루 중 어느 때나 투여가 가능해 투여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투제오는 성인 당뇨병 환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같은 1일 1회 투여지만 보통의 투여 시간 전후 3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하는 제한점이 있어, 트레시바 대비 치료범위와 편의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투제오, 12주 용량 적정기간 동안 트레시바 대비 저혈당 발생 적어

투제오는 트레시바와의 직접 비교 임상인 BRIGHT 연구 결과를 통해 12주간의 용량 적정기간 동안 트레시바 대비 유의하게 낮은 저혈당 발생을 입증했다.

인슐린 초치료 제2형 당뇨병 환자 929명을 대상으로 투제오와 트레시바를 무작위 배정하해 24주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24주 후 두 군의 혈당 감소 효과는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용량 적정기간으로 설정한 초기 12주 동안의 저혈당 발생은 투제오 투여군에서 트레시바 투여군 대비 유의하게 적었다.

하지만 전체 연구기간 동안의 저혈당 발생은 두 군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처음 인슐린을 투여하는 환자에서 12주라는 기간은 환자와 의사가 가장 적절한 개별 인슐린 투여량을 결정하는 기간"이라며, "인슐린 시작 후 첫 3개월간 발생한 저혈당은 장기적인 저혈당 발생 위험의 예측인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용량 적정기간은 인슐린 치료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로 여겨지며, 보통 이 기간 내 저혈당 발생 확률은 유지기간 대비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노피 측은 "저혈당에 대한 공포는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낮추는 요인"이라며 "적정기간 내 상대적으로 저혈당 발생이 낮은 투제오는 환자가 이를 편안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트레시바, 후향적 연구 통해 24주차 혈당 및 저혈당 감소 효과 확인

투제오가 초기 12주 동안의 저혈당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면, 트레시바는 유지기간인 24주차 혈당 감소 및 저혈당 감소에서 투제오 대비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인슐린 초치료 제2형 당뇨병 환자 4,056명을 대상으로 트레시바와 투제오을 후향적으로 비교 평가한 CONFIRM 연구 결과, 24주차 당화혈색소 수치 변화가 트레시바 투여군에서 기저치 대비 평균 -1.5%, 투제오 투여군에서 -1.2%로 나타나 트레시바가 투제오 대비 유의한 혈당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한 해당 연구에서 트레시바 투여군의 저혈당 발생률은 투제오 투여군 대비 30% 낮게 나타났으며, 투제오 투여군의 2년 후 치료 중단율이 트레시바 투여군보다 37% 높게 나타나 장기적으로 트레시바 투여군의 치료 지속률이 높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후향적 연구라는 제한점이 있어 노보노디스크는 현재 트레시바와 투제오을 직접 비교하는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는 투제오의 BRIGHT 연구와 달리 기저인슐린 요법 중 저혈당이 쉽게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트레시바 U200과 투제오를 비교 평가한다. 가장 중요한 평가지표는 양 군에서의 저혈당 발생률로 그 결과는 올해 2분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치열한 국내 차세대 기저인슐린 시장, 트레시바냐 투제오냐

2017년 트레시바와 투제오의 유비스트 기준 국내 원외처방액은 두 제품 모두 123억원대를 기록했다. 반면 2018년에는 트레시바가 전년대비 약 40% 증가한 173억원을, 투제오가 23.8% 증가한 153억원을 기록했다.

단순한 원외처방액만 따지면 트레시바가 우세해 보이지만, 단위별 가격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트레시바의 단위당 약가는 56원으로 투제오의 43원 대비 약 1.3배 높다.

때문에 트레시바의 원외처방액이 수치상으로 더 높더라도 실제 더 많이 처방된 약제는 투제오다. 원외처방액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2018년 투제오는 트레시바 대비 1.15배 많은 양이 처방된 것이다.

투제오는 단위당 낮은 약가와 초기 적정기간 내 낮은 저혈당 발생으로 국내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트레시바는 투제오가 치료하지 못하는 소아 및 청소년 환자에서 인슐린 치료옵션으로서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표준 치료가 인슐린 치료임을 감안하면 전 연령에서 사용 가능한 트레시바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입증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투제오는 직접 비교 임상을 통해 같은 조건에서 초기 저혈당 발생 감소를 입증했고 단위당 저렴한 약가 또한 투제오의 경쟁력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 트레시바 역시 투제오와의 직접 비교 임상을 진행 중으로, 올해 발표될 해당 연구 결과를 통해 과거 후향적 연구 결과에서 보인 장기 혈당 감소 및 저혈당 감소 효과를 입증하면, 치료범위나 편의성 면에서 우월한 트레시바가 판도를 뒤집는 것은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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