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대전 시즌2 ①]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암젠 '레파타' vs 사노피 '프랄런트'
"보다 넓은 치료 범위와 급여가 이점"…"비스타틴 제제 최초 전체 사망 감소 연관"

1950년대 개발된 탈리도마이드가 극악의 약화사고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쓰이고 있는 사례에서 보듯, ‘나쁜 약’은 없다. 과거 저평가됐던 약이 재조명을 받는 경우도 적잖다.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쓰이느냐에 따라 ‘혁신적 신약’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약도 상품이다. 시장에서 경쟁하고, 의사들의 ‘선택’을 기대한다. 이에 본지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약’들을 비교 평가하는 ‘제약대전’을 5년여 만에 부활시켰다. ‘제약대전 시즌2’ 역시 2019년 현재 발표된 연구와 시장 상황, 전문가들의 평가 등을 종합해 ‘청년의사의 눈’으로 평가했다.

현 시점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대표적인 약이 스타틴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강력한 LDL-C(low 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강하 효과에 오랜 기간 입증된 안전성, 여기에 저렴한 약가까지 소위 스타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스타틴 등 기존 약물 치료로도 LDL-C 강하 효과가 충분치 않아 추가적인 강하가 필요하거나 부작용 등의 문제로 스타틴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도 존재한다.

이러한 스타틴의 빈틈을 노린 약이 바로 PCSK9(Proprotein Convertase Subilisin/Kexin type9) 억제제다. 이 약제는 LDL 수용체의 분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CSK9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해 LDL 수용체의 재사용 비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혈중 LDL-C 수치를 감소시키는 생물학적제제다. 주사제라는 점과 고가 등으로 현재는 스타틴의 빈틈을 메우는 약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스타틴을 위협할 정도의 LDL-C 강하 효과와 안전성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향후 그 위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약물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2018년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따르면, PCSK9 억제제는 LDL-C 45~70%, ApoB 지단백 40~50%, Lipoprotein(a) 30~35% 각각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중성지방 역시 8~10% 감소시키며 HDL-C는 8~10%, ApoA1 지단백은 4~5% 각각 상승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선 사노피 '프랄런트(알리로쿠맙)'와 암젠 '레파타(에볼로쿠맙)'의 두가지 PCSK9 억제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레파타, 넓은 치료범위·유일한 급여 적용…시장 선점

두 PCSK9 억제제 중 국내에서의 치료범위는 레파타가 우위에 있다.

2017년 4월 식약처로부터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환자의 지질 치료에 적응증을 허가 받은 레파타는 현재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유일한 PCSK9 억제제다.

레파타는 이후 2018년 8월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지질 치료,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ASCVD) 환자의 심혈관 위험 감소 치료에 적응증을 더 확대했다.

현재 암젠은 국내에서 ASCVD 환자의 심혈관 위험 감소 치료에 레파타 급여 적용을 논의 중이다.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로 대부분 조절이 가능한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보다는 심혈관 사건 재발 위험이 높아 빠르고 강력한 LDL-C 강하 치료가 필요한 ASCVD 환자군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프랄런트가 아직 국내에서 'ASCVD 환자의 심혈관 위험 감소' 적응증을 획득하지 못한 관계로 레파타가 해당 적응증에도 급여 적용된다면, 국내 심혈관계 질환 치료 PCSK9 억제제 시장은 암젠이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프랄런트는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지질 치료로만 허가를 받았다. 최근 심혈관 연구인 ODYSSEY OUTCOMES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지만, 국내에서는 연내 허가신청이 예상되고 이후 급여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프랄런트, 예측 가능 환자군…맞춤치료 Tip 제공

LDL-C가 ASCVD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인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목표 LDL-C 미도달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ASCVD 환자의 경우 LDL-C 목표치를 70mg/dL 이하 혹은 기저치 대비 50% 이상으로 낮추고, 이를 위해 스타틴 고강도 요법만으로 목표 LCL-C 도달이 어려운 ASCVD 환자들에게 PCSK9 억제제 병용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 시장은 PCSK9 억제제의 핵심 타깃 시장이다. 프랄런트와 레파타 역시 심혈관계 고위험 환자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치료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대규모 심혈관 관련 연구들을 진행했다.

레파타의 'ASCVD 환자에서 심혈관 위험 감소' 적응증 근거가 된 FOURIER 임상연구는 총 2만7,56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증상성 말초동맥질환을 경험한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 재관류술,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으로 구성된 복합 변수를 1차 평가변수로 평가했으며, 2차 평가변수로는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사건의 복합 변수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1차 평가 변수인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 재관류술,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을 15% 감소시켰으며, 2차 평가변수인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은 20% 감소시켰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프랄런트 역시 ODYSSEY OUTCOMES 연구 결과를 통해 심혈관 위험 감소를 입증했다.

ODYSSEY OUTCOMES 연구는 1년 내 급성 심근경색이나 불안정 협심증을 포함하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을 경험한 1만8,92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차 평가변수로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치명적 혹은 비치명적 허혈성 뇌졸중, ▲입원을 요하는 불안정성 협심증으로 구성된 복합 변수를 평가해 위약 대비 15% 위험 감소를 입증했으며, 특히 ‘hierarchical testing’을 통한 2차 평가 변수에서 심혈관계 및 비심혈관계 모든 원인에 의한 전체 사망 위험을 15% 감소시키며 비스타틴 제제로서는 최초로 전체 사망 감소와의 상관성을 보였다.

두 연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하위분석 결과다. FOURIER 연구의 경우 말초동맥질환, 뇌졸중, 당뇨병 환자 등에 대한 하위분석 연구에서 기저 LDL-C, 동반질환, 치료 경험과 관계없는 일관된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ODYSSEY OUTCOMES 연구 역시 LDL-C 기저치에 따른 주요 심혈관 사건 결과와 사망 및 기타 2차 평가 변수 하위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LDL-C 기저치가 높을수록 주요 심혈관 사건과 사망 등의 위험이 더 컸으며 이에 따라 프랄런트의 위험 감소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났다.

기저 LDL-C가 100mg/dL 이상인 고위험 환자군에서 프랄런트는 위약군 대비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을 위약 대비 24% 감소시키며 가장 큰 이득을 보였고,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위험도 29% 낮게 나타나 전체 사망 감소와의 상관성을 나타냈다.

프랄런트는 기존 지질 강하 치료에도 LDL-C가 100mg/dl 이상인 ACS 환자에서 치료 혜택을 입증했다.

프랄런트 VS 레파타, 다른 용량·용법 누가 유리?

두 PCSK9 억제제는 용법과 용량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프랄런트의 허가사항에는 프리필드주·펜(75mg, 150mg) 2주 1회 피하주사를 해야 하며(일반적 시작 용량은 75mg 단, LDL-C 큰 감소(60% 이상)가 필요한 환자에겐 150mg을 시작 용량으로 고려), 기저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치료목표, 치료반응 등 환자 상태에 따라 개별적인 용량 조절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사노피는 프랄런트를 이용해 환자별 맞춤치료가 가능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반면, 프리필드시린지·펜 140mg 단일용량으로 허가를 받은 레파타는 환자에 따라 2주 1회(140mg), 4주 1회(420mg) 투여 가능하다고 명시됐다. 투여 기간에 따른 치료 효과는 동등하다고도 돼 있다.

두 제품 모두 의료진으로부터 교육을 받아 환자나 가족이 직접 피하주사하는 제제다.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면 환자들이 용량 조절에 따른 맞춤 치료 보단 단일용량의 투여를 더 수월하게 여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환자들이 스타틴 등으로 LDL-C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하면, 맞춤 치료를 선호할 여지도 있다.

종합하면, 대규모 임상을 통한 효과와 안전성에서 두 PCSK9억제제 간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적응증 범위, 급여 시점, 용법에 따른 복약순응도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선 레파타가 프랄런트 보다 우위에 있다. 변수는 프랄런트의 심혈관 위험 감소 적응증 확대 및 급여 시점과 사노피의 영업마케팅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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