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회장 “내국인 진료 거부 시 의사가 법적 책임 질수도”

대한의사협회가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한 제주도를 항의 방문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6일 제주도청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에 대해 항의하며 건강보험제도 내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가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 허가한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제주를 찾은 것이다.

최 회장은 우선 녹지국제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내국인 환자 진료를 거부하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의료법 제15조에서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이런 의사의 직업적 책무성이 있는데 과연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국인 진료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내국인 환자가 응급상황으로 녹지국제병원에 방문했을 경우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사망 또는 다른 중한 질환 발생 등 문제가 생기면 영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고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왼쪽)은 6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를 만나 영리병원 개설 허가에 대해 항의했다(사진제공: 의협).

내국인 환자 역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최 회장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만약 녹지국제병원에서도 맞을 수 있다면 국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영리병원 첫 허용으로 둑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영리병원 개설 허가 이전에 기존 건강보험제도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법적으로 건강보험제도가 내실화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값싼 의사를 수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건강보험제도에 문제가 많다 보니 핵의학과의 경우 올해 전공의 모집 결과 1명밖에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적정한 수가가 보장이 되도록 해 미달되는 전공의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리병원을 견제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강지언 제주도의사회장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설이 강행된다면 진료범위 내에서만 녹지국제병원이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조례에 분명하게 포함시켜야 한다”며 “제주도에서 의료계의 전문가적 의견과 판단이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의협-제주도의사회가 참여하는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지적에 원 지사는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의협은 전했다.

의협에 따르면 원 지사는 “의협이 제기하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다. 충분히 보완하는 장치를 만들었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며 “앞으로 조례 제정이 남아있는데 의협과 의사회에서 전문가적 의견과 자문을 많이 해주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내국인 피해 없도록 하겠고 진료범위를 넘어 내국인을 진료할 경우 개설허가를 취소하겠다. 의협 주장대로 건강보험제도 내실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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