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특허청, 인보사 특허 1개 등록 2개 거절…"티슈진, 특허 구두 심리 불참"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국산 신약 29호 ‘인보사-케이(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의 핵심 특허가 유럽특허청(EPO) 장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보사 핵심특허는 'TGF-beta를 사용하는 유전자 요법(Gene therapy using TGF-beta)', '혼합-세포 유전자 요법(Mixed-cell gene therapy)'과 '연골세포 및 TGF-β를 사용한 연골 재생(CARTILAGE REGENERATION USING CHONDROCYTE AND TGF-β)'이 있다.
이 중 '혼합세포 유전자 요법'은 출원한 지(2003년 3월28일) 14년만인 지난해 유럽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획득(6개 국가 제외)했다. 하지만 다른 2개의 특허는 거절됐다.
특허등록이 거절된 이유는 유럽특허법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럽특허청은 ‘연골세포 및 TGF-β를 사용한 연골 재생’ 특허가 EPO법(52조)에 맞지 않다고 보고 티슈진에 수정된 특허 신청서를 수차례 요청했었다고 본지에 전했다.
유럽특허청은 “(티슈진이 권리를 주장한 유럽특허)1~20항은 사람/동물의 치료방법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특허조사(the search)는 화합물/조성물의 효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티슈진이 보낸 특허 신청서가 거절되는 상황이 반복되자 유럽특허청은 구두 설명을 요청했지만, 티슈진이 유럽 담당 변리사를 통해 불참의사를 전달하면서 2011년 4월 8일 특허등록 절차가 종료(TGF-beta를 사용하는 유전자 요법 특허는 2007년 종료)됐다.
인보사는 아직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추후 허가를 받더라도 복제약 등장시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한 제약사 특허업무 담당자는 “허가 절차는 EMA(유럽의약품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특허가 없어도 허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특허가 없을 때 (인보사 기술을) 카피한 약이 나오면 사업적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30개 국산신약은 대부분(특허기간 만료 제품 포함)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도 물질특허가 등록이 돼있다.
국산 신약 보유 제약사 중 JW중외제약(제피드, 큐록신), 대웅제약(이지에프외용액), 동아에스티(슈가논, 시벡스트로, 자이데나), 보령제약(카나브), 부광약품(레보비르), 유한양행(레바넥스), 일동제약(베시보), 일양약품(놀텍, 슈펙트), 종근당(듀비에, 캄토벨), 크리스탈지노믹스(아셀렉스) 등이 유럽에 특허를 등록했다.
삼성제약이 2015년 판매허가를 받은 췌장암치료제 ‘리아백스’와 30번째 국산신약으로 올해 허가된 CJ헬스케어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도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한 데 이어, 유럽에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물론 모든 국산 신약이 유럽특허청의 벽을 넘은 것은 아니다.
동화약품의 만성폐쇄성폐질환 급성악화치료제 ‘자보란테’는 한국과 중국에, 간암치료제 밀리칸은 한국에만 특허가 등록된 바 있다.
저조한 매출로 시장에서 철수한 밀리칸은 한국 특허(방사성물질-키토산 복합체를 함유하는 전립선암 치료용조성물 및 조성물 제조용 키트)마저도 포기했다. 회사의 등록료 불납이 소멸 사유다.
전략적인 선택도 있다.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는 항말라리아 치료제라는 제품 특성을 고려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41개국에 특허를 출원(39개국가 등록)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유럽특허를 받는 것은 오래 걸려도 5~6년이면 된다. 2003년에 출원해 14년만에 등록이 됐다는 것도, 8년만에 거절이 됐다는 것도 의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유럽 특허 출원 후 등록까지는 일반적으로 4년, 5년 정도 걸린다고 보고 있지만, 드물게는 이보다 더 걸리기도 한다”며 “인보사 특허결정이 지연된 것이 회사 잘못인지 행정상 문제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은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티슈진은 행정 기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고 판단해 특허 등록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등록된 특허로 인보사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티슈진 관계자는 “(등록이 거절된) ‘연골세포 및 TGF-β를 사용한 연골 재생 특허’는 인보사 특허를 방어하는 특허다. 이들 특허도 물론 중요하지만 특허 등록이 이뤄진 ‘혼합-세포 유전자 요법’ 특허로도 인보사 기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TGF-beta를 사용하는 유전자 요법’과 ‘연골세포 및 TGF-β를 사용한 연골 재생’ 특허는 유럽특허 등록을 위한 행정절차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돼 실익이 없다고 판단, 더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