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회장 “응급상황에 누가 나서려 하겠나”…응급의료법 개정 필요성 강조

봉침 시술 후 쇼크 증상을 보인 환자를 응급처치했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피소된 사건을 계기로 대한의사협회가 응급의료법 개정을 요구했다.

중대 과실 여부를 따지지 말고 고의적이지 않았다면 응급처치로 인해 발생한 사상 등에 대해서는 완전한 면책을 줘야 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현행 응급의료법(제5의2)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에도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제63조).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가운데)은 29일 서울 용산임시회관에서 '의료기관 외 응급의료에 대한 소송제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의협 정성균 대변인(왼쪽)과 김해영 법제이사(오른쪽)도 참석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29일 서울 용산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의사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행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선한 사마리아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응급의료법에 의한 면책은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완전한 면책이 아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도록 하고 있다”며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리가 적용된 현행 응급의료법에 의해서도 법적 책임 논란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은 비행기 내 응급환자 처치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구조 활동을 요청받거나 자발적으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르면 응급구조 활동을 한 의사는 과실이 없음을 사실상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민·형사적 처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생명 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한 의료활동에 대해 과실 여부를 묻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응급구조를 위한 의료활동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으면 그 책임을 면제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응급의료법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에서 ‘중대한 과실’ 여부를 삭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중대한 과실 여부는 사안에 따라 법원에서 달리 판단될 수 있으므로 선의의 응급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이 부당하게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선의의 응급의료 행위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응급의료종사자의 업무적 특성상 환자가 사상에 이르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하므로 형벌 감경은 임의적 감면이 아닌 ‘필요적 면제’가 돼야 한다”며 응급의료법 제5조의2와 제63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봉침 시술을 한 한의사를 도와 환자를 응급처치했다가 9억원대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된 가정의학과 전문의에 대해 법률적 지원도 약속했다.

최 회장은 “협회 법제이사와 자문변호사, 법제팀이 가정의학과 전문의 측 변호사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법률적인 자문을 할 계획”이라며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번 소송은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소송으로 즉시 취하돼야 한다. 소송 경과를 보며 협회가 취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도 고려하겠다”며 “이번 일로 송사에 휘말린 의사에게 부당한 결과가 나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했을 때 어느 의사가 자진해서 나서려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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