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공급‧판매 제약사 다수 등장…영업사원들 "주머니 털어간다" 푸념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백신 개발에 나서면서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영업사원들이 과열 경쟁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가 늘어났고, 코프로모션을 통해 백신 판매권을 따낸 국내 제약사도 다수 등장했다.

백신 시장은 그간 녹십자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보령제약, 일양약품 등이 공장을 세우며 개발에 나섰고 유한양행, 대웅제약, 안국약품, 광동제약 등이 국내외 제약사와 손잡고 백신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다변화됐다.

백신 개발사와 판매사의 증가는 백신 자급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50%였던 백신 자급률이 2022년 80%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 제약사의 백신 시장 진출이 백신 자급률 향상이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관련 영업사원들 사이에선 백신 제품 공급 과잉으로 인해 회사 간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영업사원들은 가격 경쟁 심화로 사비까지 쓰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백신은 한 해 사용량이 정해져 있고, 유통기간도 경구제 등에 비해 짧다. 즉, 백신 개발 및 생산 회사 입장에서는 공장 가동을 통해 얻은 백신을 그 해 최대한 판매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영업사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A제약사 직원은 “조금이라도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거래처(병의원)에서 자사 백신을 직접 맞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자사 백신 소모를 위해 직원 가족 등을 동원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P제약사는 도매업체 등 거래처나 해당 지역 영업소 직원과 가족에게 특정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K제약사와 I제약사의 경우 백신사업부를 새롭게 꾸리고 타사 제품 접종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백신 대비 저렴한 접종가를 제시해 환자 유치에 나서기 위해서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이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하반기 영업에 나설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모 제약사 영업사원은 "(백신 판매사들 간) 가격경쟁이 극심하다. 한 제약사가 단가를 낮추면 경쟁 제약사들도 잇달아 가격을 낮춘다"며 "그런데 목표실적은 정해져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모 제약사는 영업사원이 선구매 후 그 비용을 경비처리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영업사원도 "거래 병의원에 부탁해 (백신 공급) 원가에 가족들에게 접종하는 경우도 있다"며 "합성화학의약품 보다 백신 영업이 더욱 어렵다. 더구나 최근에는 백신 시장이 가격 경쟁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 영업하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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