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대 학생들, 근조 리본 달고 수업‧실습…“잘못된 의료시스템에 대한 분노의 의미”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으로 온·오프라인 상 ‘중환자 치료’ 근조 리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의대생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충북의대 일부 학생들은 지난 6일부터 ‘근조 대한민국 중환자실’이라고 적힌 리본을 달고 수업과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근조 리본은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가 마련한 것으로 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배부되고 있다.

근조 리본을 달고 실습을 하고 있는 충북의대 학생들(사진제공: 충북의대 학생회)

한 교수는 근조 리본 2,000여개를 제작해 이 중 일부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으며 나머지 물량은 이를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곳에 보냈다.

충북의대 학생회는 9일 카카오톡을 통해 학생들에게 근조 리본 배부를 정식 공지하는 한편, 이를 학생회실 앞에 비치했다.

충북의대 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9일 본지와 통화에서 “학생회 차원에서 근조 리본 배부를 공지했고 뜻이 있는 학생들이 이를 착용하고 있다”면서 “학생 개인의 의견에 따라 착용하고 있다. 아직 그 비율이 높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근조 리본의 의미가 ‘구속 수사에 대한 의사들의 분노’보다는 ‘한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의사들의 분노’로 해석되고 알려지길 바란다”면서 “구속 자체도 문제지만 우리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선배들이 의료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지만 우리 의대생들은 그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서 “이제야 행동으로 옮기는 점을 반성한다”고도 했다.

다만 “우리의 이런 행동은 의사들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들을 위하는 의사와 의대생들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근조 리본을 제작한 한정호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필수의료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평생 신생아 중환자를 치료하던 교수가 유방암 3기로 항암치료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압수수색 당하고 구속됐다. 이는 어떠한 법리로 봐도 부당하다”면서 “당장 학업을 중단하거나 환자를 두고 병원을 뛰쳐나갈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구속된 의료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표현의 시작으로 근조 리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금 실습 나오는 학생 중 한 명도 메이저과는 안한다고 한다. 인턴을 도는 의사들도 내과 지원은 없다”면서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큰일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