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DNR, 연명의료법으로 보호 못받아”
의료계 “형사처벌 면하려면 무조건 CPR…현실성 없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으로 그동안 임상현장에서 적용해왔던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금지)이 법적 효력을 잃게 됐다는 소식에 일선 의료진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오는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본격 시행된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는 DNR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DNR은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문서이기는 하나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해 오던 임의 서식이며 작성주체와 작성방법 등도 통일돼 있지 않다”며 “DNR은 ‘임종과정’이라는 의학적 판단을 전제하기보다 ‘심정지’라는 특수 상황에 대해 활용되는 서식”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어 “연명의료결정법과 관계없이 응급상황 등 의료기관 판단 하에 DNR 사용의 가능성은 있겠으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법률적 의미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법에서는 DNR 서식을 포함할 수 없었다”며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DNR 서식이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환자 가족에게는 적어도 알렸다는 정도의 증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DNR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복지부 발표에 임상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현장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무조건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소화기내과)는 “결국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는 무조건 CPR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없는 병원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과거대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은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간단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외조항도 없이 제도를 시행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DNR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연명의료제도가 정착되기는커녕 의료인과 환자 보호자 간 다툼만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국회를 통해 법 개정을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현재로서는 처벌조항의 유예는 가능하지 않다. 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의료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 하는 상담과 교육을 통해 충분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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