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심평원, 연명의료법 수가 시범사업 설명회…청구부터 수가기준 등 질의 쏟아져

연명의료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수가 시범사업을 앞두고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4일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되지만 수가 산정을 위한 서식 작성법부터 청구방법, 인정 기준 등 알아야 할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일 가톨릭대 성의교정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른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현재 호스피스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부터 요양병원 관계자까지 행사장을 가득 채웠고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제도 설명에 나선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설립추진단 백수진 사업추진부장은 “연명의료법은 임종과정의 환자에게 의학적 치료의 한계를 인정하고 좀 더 편안하게 사망하게 하는 개인적 가치를 제공해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수진 부장은 “이 법은 연명의료에 관한 의학적 무의미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의학적 무의미성을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을 많이 (의사들에게) 받았다”면서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자와 가족에게 그 결정을 하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백 부장은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진료의 내용이 무엇인지, 향후 어떠한 결과를 줄지를 알려주고 환자 의견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합리적인 논의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 결과 총 107건의 연명의료계획서가 작성이 됐으며, 이중에서 3개월 내에 사망한 환자가 27건으로 전체 이행보고의 건수만 따지면 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범사업에서는 가족들에 의한 연명의료계획서 진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 23건에 달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연명의료정보처리 시스템과 EMR 연동 미비 등 개선점 많아

하지만 현장에서는 관련 수가청구방법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료와 청구, 수가 대상 기관 등에 대한 개선과 질의가 쏟아졌다.

우선 이번 시범사업은 ‘연명의료법’ 제 14조에 따라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복지부에 등록한 기관으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시술이 가능한 기관이면 모두 대상이 된다.

수가는 말기환자 등 관리료와 연명의료 계획료(상·중·하로 구분), 연명의료이행 관리료, 연명의료졀정 협진료 등이 신설됐다.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작성할 때에는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반드시 등록을 해야 향후 타의료기관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관련 수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관련 시스템과 EMR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 프로그램 인증 방법 등에 대한 불편을 우려했다.

A병원 관계자는 “연명의료정보처리스시템을 신청해서 써봤는데 EMR을 시행하는 병원은 이미 관련 서식이 전산화 돼있지만 시스템과는 연동이 안돼 다시 작성을 하고 등록을 해야한다”면서 “해당 의사에게 일일이 다 신청을 하라고 할 수 없다. 인증서 문제 등 로그인과 입력 등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도 “시스템을 개발할 때 EMR 연동이 중요한 문제였지만 법 적용 기준이 다르고 의료기관별 EMR 환경이 달라 이를 표준화해 적용하기가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현 시스템의 정보는 의료기관에서 바로 활용이 가능하다. 처음 서식 작성에 불편함은 있지만 한번 등록을 해놓으면 정보가 누적돼 활용할 수 있다. 또 로그인 문제도 개인 의사에게 인증서를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법인 인증 후 아이디 패스워드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답했다.

법적 서류 보관과 시스템 정보 기록의 차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관련 서식의 보관은 의무이다. 시스템 정보 입력은 수가를 청구하기 위한 절차이니 필요하다”면서 “서식을 시스템을 통해 작성해 두면 타 병원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으며 태블릿 PC를 활용해서도 환자의 처리 현황 히스토리를 조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 앞서 제대로 된 병원 및 관련 기관 정보 공개 등이 미흡해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B대학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의사는 “정부가 가정형호스피스제도가 좋다고 홍보를 하지만 정작 어디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연명의료결정을 하고싶다는 환자들이 있을텐데 어디서 해야할지 모른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수가 산정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지만 현재 43개 상급종합병원도 신청을 다 안한 것으로 안다. 결국은 이를 할 수 없는 조건이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영 윤리위원회나 위탁가능한 윤리위원회를 빨리 공개해야 하며, 4일이 되면 이미 등록한 기관에 한해서만 시범사업이 적용되는지, 이후에라도 윤리위 등록이 되면 참여가 가능한지 등도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향후 연명의료정보포털에서 등록된 윤리위원회와 지정된 병원의 정보를 알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현해 뒀다”면서 “가장 합리적인 것은 윤리위원회 등록 신청이 완료된 기관이 하는 것이다. 이는 전에 안하던 연명의료 등의 활동을 서식으로 작성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중환자 치료를 하다가 연명의료 판단을 하기 위한 것이 이 시범사업의 취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시범사업으로 인해 불필요한 항암제 치료를 조장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C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의사는 “요양기관의 수가기준을 보면 4가지 시술이 가능한 기관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항암치료를 조장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로컬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고 반응평가를 위해 대학병원에 오는 사람이 많아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수가에서 항암치료를 요양병원에서 해야한다고 하면 용감한 요양병원에서 하려고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측은 “지적해 준 의견을 포함해 다양한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례와 의견을 수렴해 복지부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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