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임원, 결국 사직서 제출…"한때의 잘못으로 공까지 무시해선 안돼" 동정론도

대한의사협회 이사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의-한 협진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이 공개된 시점과 경로 등을 두고 뒷말도 나온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지난 20일 “현직 의협 이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한방진료’를 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노 전 회장은 “병원 공식 홈페이지에 대놓고 ‘양한방 협진진료’를 한다고 써붙여 놨다. 현직 의협 이사가 운영하는 병원이 이럴진대 한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의협 이사가 자기 배불리기에 바빠 동료 등에 칼을 꽂았다”, “의협 이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노 전 회장이 지목한 ‘현직 의협 이사’는 A 보험이사다. A 이사는 지난 2011년 현재 운영 중인 병원을 인수했고 2013년부터 한의사를 고용해 의-한 협진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병원 홈페이지는 과거 사용하던 것으로 최근 개편한 홈페이지에는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논란이 커지자 A이사는 사직서를 의협에 제출했다. 고용했던 한의사도 내보낸 상태다.

의협 김주현 대변인은 “A 이사가 한의사를 채용한 사실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있다”며 “A 이사는 사표를 제출하면서 ‘향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 등 한의사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회원이 원하는 뜻에 따라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한 협진을 한다는 의협 이사가 A 이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A 이사가 그동안 보험 분야 회무를 충실히 해 왔으며 한방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온 만큼 무조건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다.

특히 A 이사는 이번 문제를 공론화한 노 전 회장이 의협으로 불러들인 인물이다. 노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그를 보험이사로 임명했으며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의협 보험이사직을 맡았다. 그가 한의사를 고용해 의-한 협진을 했던 것도 2013년부터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한방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온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는 그를 향한 비난을 안타까워했다.

한 교수는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특위 활동을 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행동으로 보여줬던 이사를 한명 꼽으라고 하면 A 이사다”라며 “내과 보험위원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보험이사를 하면서 의협 이사들과도 일을 많이 해봤다. 그런데 의협 이사들 중 회장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보험 회무를 끌어온 사람도 A 이사다. 현재 의협에 A 이사가 없는 보험회무는 상상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A 이사가 의-한 협진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동안 의료계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능력을 고려했을 때 그의 모습과 능력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 비난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A 이사는 그동안 누구보다 앞서 한방을 반대했고 싸워왔다. 이번 일이 그가 의료계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의협 임원을 지낸 B씨는 “추무진 집행부에서 한방문제에 가장 열심히 대응하고 힘을 실어준 사람은 A 이사였다”며 “비난 받을 부분이 있다면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조금 더 객관적인 정보와 잣대를 갖고 동료를 비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A 이사 문제를 공론화한 노 전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황당하다. 노 전 회장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 노 전 회장이 (A 이사에게) 신세진 것도 많은데 과연 이런 행동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동안 관심 없던 이야기를 굳이 지금 문제 삼은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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